한 주 내내 금요일 밤만 기다렸어요. 보고 싶던 영화도 목록에 담아뒀지요.
그런데 막상 금요일 밤이 오니 하나도 틀지 않았어요. 목록만 열어놓고 소파에 누워 천장만 보고 있었네요.
수요일쯤엔 금요일 밤 계획이 많았어요.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시켜 먹고, 밀린 책도 읽고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지요. 그런데 금요일 저녁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 계획들이 다 무거워지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몸이 먼저 알았던 것 같아요.
한 주 동안 쓸 힘을 다 써버린 거지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버티느라요. 그러니 금요일 밤엔 남은 게 별로 없었던 거고요. 즐길 힘조차 바닥나 있었던 거군요.
기다리던 시간이 왔는데 즐길 힘이 없다면, 그건 그만큼 오래 버텼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니 아까웠어요.
이 귀한 금요일 밤을 이렇게 흘려보내다니 싶었지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휴대폰을 붙잡고 있다가 오히려 더 피곤해졌네요. 쉬는 것도 제대로 못 한 셈이에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무언가를 기다릴 때 가장 행복하고, 막상 손에 넣으면 금방 시들해진다고 했대요.
금요일 밤이 딱 그랬어요. 기다리던 수요일이 더 즐거웠지요. 그걸 알고 나니 조금 덜 억울했어요.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긴 마음이었네요.
그다음 금요일엔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았어요.
집에 와서 씻고 소파에 누웠지요.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소리를 들으며 그냥 있었어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번엔 아깝지 않더라고요. 처음부터 쉬려고 했으니까요.
금요일 밤에 아무것도 못 하는 건 한 주를 다 써서 그런 거겠지요.
그 밤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잘 보낸 밤이에요. 계획은 토요일 오후쯤으로 미뤄둬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