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며칠씩 이어질 때가 있네요. 게을러진 것도 아닌데 몸이 무겁고, 뭘 시작하려 해도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그런 날이요. 그러다 "나 왜 이러지" 하고 자신을 탓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런 손님에게 힘내라는 말을 잘 안 하게 되네요. 그 말이 가장 안 통하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거든요. 오늘은 의욕이라는 것에 대해 얘기해보려고요.
우리는 의욕을 수도꼭지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 틀어서 나오게 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네요. 억지로 짜내려 할수록 더 안 나오고, 안 나오는 자신을 미워하다 더 무거워지네요.
의욕이 안 생기는 건 대개 마음의 기름이 잠깐 떨어진 상태에 가까워요. 그럴 땐 채워질 시간이 필요한 거지, 더 세게 밟는다고 굴러가는 게 아닌걸요. 몸이 쉬라고 보내는 신호일 때도 많은걸요.
제일 아까운 건, 의욕이 없는 것 자체보다 그런 자신을 탓하느라 마음이 더 지치는 일이네요. 안 나는 날은 누구에게나 오는걸요. 겉으론 부지런해 보이는 사람도 속으로는 그런 날을 지나고 있겠지요.
그러니 오늘 의욕이 안 난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않아도 돼요. 그건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잠깐 채워질 때를 기다리는 중인 거니까요.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당신 혼자만은 아니에요.
의욕이 없을 때 남들 사는 걸 보면 다들 부지런히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더 처지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각자 제일 나은 순간만 골라서 보여준 거네요. 그 사람들도 화면 밖에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밤을 똑같이 지나고 있겠지요. 나만 처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 자신을 탓하던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걸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그 밤이 아주 조금은 가벼워지더라고요.
의욕이 없을 땐 억지로 뭔가 하려 하기보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해줘요. 이상하게 그 허락이 있어야 마음이 조금씩 다시 차오르더라고요.
매사에 의욕이 안 생긴다면, 그 마음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해요. 안 나는 날은 안 나는 대로 지나가게 두고, 그 시간을 혼자 무겁게만 보내지 않으면 돼요. 그런 밤이면 저는 여기 창가에 있을게요.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냥 같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