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저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대로 있었어요.
누군지 확인하기 전에 몸이 먼저 멈추더라고요.
화면을 보면 누군지 알 수 있는걸요.
그런데 그 전에 이미 멈춰 있습니다. 소리가 나자마자요. 그러니 이건 누가 왔는지와 상관없는 반사에 가깝겠지요.
예고 없이 오는 소리는 내용보다 먼저 몸을 건드린다.
왜 그런가 보면 준비 쪽인 것 같아요.
집에 있을 때 저는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습니다. 옷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요. 그 상태로 누굴 만나야 하는 게 갑작스러운 겁니다. 나갈 때는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집에서는 그게 없으니까요.
열어보면 거의 택배거나 뭘 돌리는 분이에요.
무서운 일이 생긴 적은 없습니다. 알면서도 다음번에 또 멈추네요. 몇 번 괜찮았다고 해서 반사가 바뀌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화면을 보기까지도 몇 초가 걸립니다.
발소리를 안 내고 가야 할 것 같고요. 안에 없는 것처럼 굴다가 결국 확인하는 겁니다. 그 몇 초가 이상하게 길어요.
배달이 온다는 걸 알고 있을 때는 안 멈춥니다.
그러니 소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예고가 없다는 게 문제인 셈이군요. 요즘은 뭘 시키면 도착 시간을 한 번 봐둡니다. 그것만 해도 그날은 덜 놀라더라고요.
한 번은 끝까지 안 열어본 적이 있어요.
두 번 울리고 갔는데, 나중에 문 앞에 쪽지가 있더라고요. 별일 아닌 안내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그 쪽지를 한참 들고 있었네요.
안 연 게 잘못은 아니지만, 그 몇 초 때문에 뭔가를 놓치기도 하는 셈이군요.
그래서 초인종 소리를 한 단계 낮춰뒀습니다.
크게 울리면 놀라는 폭도 큰 것 같아서요. 소리가 작아지니까 멈추는 시간도 좀 짧아지더라고요. 몸이 놀라는 걸 말로 못 고치면 소리 쪽을 고치면 되는 거였네요.
멈추는 게 겁이 많아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준비할 시간을 몇 초라도 버는 거겠지요. 오늘 초인종 소리에 숨을 죽이셨다면, 그건 그때 아무 준비도 안 하고 계셨다는 뜻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