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어요. 밥을 먹고 나오는데 친구가 네 컷 사진 부스를 가리켰지요.
저는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도 친구 손에 끌려 좁은 부스 안으로 들어갔네요.
부스 안은 생각보다 좁았어요.
둘이 어깨를 붙이고 서야 했지요. 화면에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긴장됐어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요. 첫 컷, 둘째 컷, 셋째 컷 모두 얼굴이 굳어 있었네요.
마지막 컷 직전에 친구가 소품 바구니에서 모자를 꺼냈어요.
둘 다 머리에 썼는데 둘 다 삐뚤어져 있었지요. 그걸 보고 웃음이 터졌어요. 바로 그 순간 셔터가 눌렸고요. 사진을 받아보니 마지막 컷만 둘 다 진짜로 웃고 있더라고요.
준비한 웃음보다, 준비 못 한 순간에 터진 웃음이 사진에 오래 남는다.
어색한 세 컷도 버리지 않았어요.
그것도 그날의 우리였으니까요. 오랜만에 만나 조금 서먹했던 처음, 다시 편해져 가던 중간, 그리고 마지막에 터진 웃음까지요. 네 컷이 그날 하루를 그대로 담고 있었네요.
친구가 지갑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어요.
대학 때 둘이 찍은 스티커 사진이었지요. 색이 바래고 모서리가 닳아 있었어요. 그 사진 속 우리도 어색하게 웃고 있더라고요. 몇 년이 지나도 사진 앞에서 굳는 건 그대로였네요.
집에 와서 그 사진을 냉장고 문에 붙였어요.
물 마시러 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지요. 볼 때마다 삐뚤어진 모자가 생각나서 웃게 되더라고요. 사진을 별로 안 좋아하는 저도 이 사진은 좋았어요.
그날 밤 친구가 메시지를 보냈어요.
사진 보니까 우리 진짜 오랜만에 웃었다고요. 다음에 또 찍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러자고 했어요. 어색해도 또 들어가 볼 생각이에요.
사진 찍는 게 어색한 사람도 있지요.
그래도 친구와 좁은 부스에 들어가 어깨를 붙이고 서 있는 그 몇 분이 꽤 다정하더라고요. 가끔은 그런 자리에 들어가 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