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서가 앞에서 사진을 열 장쯤 찍고 한 권도 안 뽑고 나가신 두 분이 있었습니다.
손님들 얘기로는 여기가 사진이 잘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더군요. 뉴스에서 예쁜 도서관 목록을 봤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몇 해 사이에 도서관을 짓는 방식이 달라졌죠. 층고를 높이고 서가를 벽처럼 세우고 창을 크게 내죠.
그러면 책보다 공간이 먼저 알려집니다. 어디가 좋다더라는 얘기가 사진으로 돌고, 그걸 보고 오시고요. 앞서 서점에서 굿즈를 사는 얘기를 적었는데 비슷한 자리가 있습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이걸 두고 얘기가 나뉘죠.
좋게 보는 쪽. 안 오던 사람이 오죠. 그리고 한 번 들어온 사람은 다시 오기가 쉬워지죠. 앞서 문턱을 낮추면 들어오는 사람이 달라진다고 적은 것과 같습니다.
걱정하는 쪽. 사진만 찍고 가면 조용한 자리가 줄어듭니다. 실제로 읽으시는 분들이 불편해하시고요. 그리고 보여주기 좋은 서가가 쓰기 좋은 서가는 아닙니다. 손이 안 닿는 높이의 책은 안 나갑니다.
저는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이건 실무에서 분명히 걸리는 대목이죠.
사진에 잘 나오는 벽 같은 서가는 위쪽 책을 꺼낼 수가 없죠. 사다리가 있어야 하고, 그러면 이용자가 직접 못 뽑죠. 꽂혀 있지만 안 쓰이는 책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런 자리에는 대출이 적은 자료를 올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기에는 서가인데 실제로는 벽에 가깝죠.
찍으러 오시는 게 문제라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몇 가지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다른 이용자가 안 찍히게. 앞서 대출 기록 얘기에서 적었듯 누가 무엇을 읽는지는 지켜져야 하는 정보입니다. 플래시는 끄고. 오래된 자료에 안 좋습니다. 소리를 낮추고. 읽으러 오신 분이 그 자리에 계십니다.
두 분이 나가신 뒤에 저는 그 자리를 정리하러 갔죠. 책은 그대로였고요.
보러 오셔도 됩니다. 여기가 좋아 보여서 오시는 것도 오시는 겁니다. 다만 나가시기 전에 아무 책이나 한 권 뽑아서 한 쪽만 보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 한 쪽 때문에 다시 오시는 분을 저는 여러 번 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