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어느 날 그러더라.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대. 계좌 비밀번호.
몇 번 틀렸더니 잠겼대. 찾으려면 이것저것 해야 한대.
다들 빨리 찾으라고 했어. 불나방은 자기가 찾는 법 알려주겠다고 폰을 뺏으려 했고.
불나방 내가 해줄게. 오 분이면 돼.
근데 돌부처가 찾기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추더라.
한참 화면을 보더니 폰을 가방에 넣었어. 그것도 맨 밑에. 교과서 밑으로.
다들 뭐 하냐고 했는데 돌부처가 한 마디 하더라.
돌부처 며칠만 이대로 둘래.
그래서 돌부처는 사흘 동안 계좌를 못 봤어.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거지.
나는 걔가 불안해할 줄 알았거든. 근데 오히려 얼굴이 편해 보이더라.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고 점심도 다 먹었어. 동아리방에서도 평소보다 말을 좀 더 하고.
사흘째에 걔가 그러더라. 이렇게 편한 거 오랜만이래.
왜 편했냐고 물어봤어. 그냥 안 열면 되는 거였잖아, 원래도.
돌부처가 그러더라. 열 수 있으면 열게 된대. 안 열려고 참는 것도 힘이 든대.
근데 잠겨 있으니까 참을 필요가 없었대. 아예 못 하니까 마음이 놓였대.
그 말이 좀 신기했어.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니까 오히려 편해지는 거잖아.
칼손 나도 비밀번호 까먹고 싶다.
생각해보면 우리 방 애들 다 매일 참고 있거든. 안 보려고, 안 열려고.
그 참는 게 하루 종일 힘을 쓰는 거야.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사실 계속 버티고 있는 거라니까.
돌부처는 비밀번호 덕분에 그 힘을 사흘 동안 안 써도 됐던 거고.
나흘째에 돌부처가 비밀번호를 찾았어. 이제 괜찮을 것 같대.
찾고 나서 한 번 보고 바로 닫더라. 그 사흘이 걔한테 숨 쉴 틈이 됐던 것 같아.
너도 뭔가 못 하게 돼서 오히려 편했던 적 있으면 그건 이상한 거 아니야. 쉬어야 할 때였던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