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필통을 봤는데 학원 볼펜이 세 자루 있더라. 다 다른 학원 거.
물어봤더니 다 자기가 다닌 학원이래. 일 년 사이에 세 번 옮겼대.
이유를 물었더니 다 친구 따라서래.
불나방 친구가 옮기니까 나도 옮긴 거지.
첫 번째는 친한 애가 다니던 데라서 따라갔대. 근데 그 애가 그만둬서 다른 친구 따라 옮겼대.
두 번째 친구도 옮겨서 또 따라갔대. 그게 세 번째.
다들 웃었는데 불나방은 좀 진지했어. 혼자 다니는 게 싫대.
모르는 애들 사이에 혼자 앉아 있는 게 너무 싫대. 그래서 아는 애가 있는 데로 가는 거래.
그래서 물어봤어. 학원은 어땠냐고. 세 군데 중에 어디가 좋았냐고.
불나방이 한참 생각하더니 모르겠대. 수업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대.
누구랑 같이 다녔는지만 기억난대. 쉬는 시간에 같이 컵라면 먹은 거, 끝나고 같이 버스 탄 거.
그 말 듣고 알겠더라. 걔한테 학원은 친구랑 같이 있는 자리였던 거야.
칼손 나도 그런 거 있어. 친구 따라 동아리 들어왔잖아.
칼손이 그러더라. 자기도 이 동아리 친구 따라 들어왔대. 근데 그 친구는 한 달 만에 나갔대.
칼손은 남았어. 왜 남았냐고 물었더니 여기 애들이 좋아서래.
그러니까 따라 들어왔어도 남는 건 자기가 정한 거잖아. 처음엔 남이 정해줬어도.
불나방이 그 말 듣고 좀 생각하는 얼굴이 되더라.
생각해보면 혼자 정하는 게 무서운 건 틀릴까 봐서잖아.
친구 따라가면 틀려도 혼자 틀리는 게 아니니까. 그게 좀 덜 무서운 거야.
근데 그것도 나쁜 건 아니라니까. 무서운 걸 친구랑 나눈 거니까.
돌부처 따라가도 돼. 남는 건 네가 정해.
불나방이 요새 네 번째 학원을 고민 중이래. 이번엔 친구가 안 옮기는데 자기가 옮기고 싶대. 수업이 맞는 데로.
처음으로 혼자 정해보는 거래. 좀 무섭대. 근데 해보겠대.
너도 친구 따라 정하는 게 편하면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러다 언젠가 혼자 정하고 싶은 날이 오면 그때 해보면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