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창가에 유리병이 하나 있거든. 원래 사탕이 들어 있던 병.
어느 날부터 거기 종이학이 하나씩 들어가기 시작했어. 색종이로 접은 거.
누가 넣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았어. 칼손이었어.
칼손 손이 심심해서.
몇 주 지켜보니까 패턴이 있더라. 칼손이 종이학을 접는 날은 늘 안 좋은 날이었어.
폰을 보다가 얼굴이 굳으면 색종이를 꺼내. 그리고 말없이 접어.
다 접으면 병에 넣어. 그리고 다시 폰을 봐. 또 굳으면 또 접고.
어떤 날은 하루에 다섯 마리를 접더라.
병을 들여다봤는데 종이학 모양이 다 달랐어.
어떤 건 반듯하고 어떤 건 날개가 비뚤어져 있었어. 비뚤어진 게 꽤 많았어.
칼손한테 물어봤더니 그러더라. 비뚤어진 건 제일 불안했던 날 접은 거래.
손이 떨려서 반듯하게 안 접혔대. 그래도 끝까지 접었대.
그 말 듣고 병을 다시 보니까 좀 달라 보였어. 비뚤어진 학 하나하나가 칼손이 버틴 날이었던 거야.
불나방 그럼 이 병이 칼손 일기네.
왜 하필 종이학이냐고 물어봤어.
칼손이 그러더라. 종이학은 접는 순서가 정해져 있대. 생각 안 해도 손이 알아서 접는대.
불안할 때는 머리가 시끄러운데 손이 정해진 걸 하고 있으면 좀 조용해진대.
그리고 다 접으면 하나가 완성되잖아. 계좌는 아무리 봐도 완성되는 게 없는데 종이학은 매번 끝이 있대.
돌부처 끝이 있는 게 좋지.
얼마 전에 그 병이 꽉 찼어. 더 이상 안 들어갈 만큼.
칼손이 그 병을 한참 보더라. 이렇게 많이 접었는지 몰랐대.
그만큼 불안한 날이 많았다는 거잖아. 근데 동시에 그만큼 버틴 날도 많았다는 거고.
칼손이 새 병을 가져왔어. 이번엔 좀 천천히 찼으면 좋겠대.
너도 불안할 때 손이 떨리면 뭐라도 접어봐. 종이학 아니어도 돼. 끝이 있는 거면.
비뚤어져도 괜찮아. 끝까지 접었으면 된 거라니까. 동아리방 창가엔 그 병이 두 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