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본 사람인데 그날은 말버릇 하나가 계속 걸렸습니다. 저녁에 그걸 세 번 세고 있었어요.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겁니다. 그날만 그렇게 크게 들렸네요.
먼저 확인해본 건 그쪽이 달라졌나 하는 거였어요.
아니었습니다. 늘 하던 대로였어요. 몇 년째 같은 말버릇이고 예전에도 있었던 거고요. 그러니 달라진 건 듣는 쪽인 셈이군요.
같은 소리도 조용한 방에서는 크게 들린다. 우리가 지쳤을 때, 마음은 늘 조용한 방이 된다.
돌아보면 그 시기에 제가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잠도 부족했고 일도 밀려 있었어요. 그런 상태에서는 작은 게 크게 들리더라고요. 참을 힘이 남아 있어야 넘어갈 수 있는 건데 그게 없었던 겁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한번 걸리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판단까지 흔들립니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싶어지고요. 그러다 예전에 좋았던 것들이 잘 안 떠오릅니다. 지금 눈에 걸리는 것만 크게 보이는걸요.
한번은 그걸 그 자리에서 말한 적이 있어요.
그날 표정이 안 좋아진 걸 보고 후회했습니다. 지친 상태에서 한 말은 대개 필요 이상으로 세게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며칠 둡니다.
며칠 뒤에도 여전히 걸리면 그때는 말합니다. 대개는 그 전에 작아져 있고요.
이 얘기를 하면서 반대쪽도 생각하게 됩니다.
저한테도 말버릇이 있을 거고 어떤 날은 그게 누구한테 크게 들릴 겁니다. 그 사람이 그날 저를 참아준 적도 있겠지요. 서로 그러고 있는 셈입니다.
몇 주 뒤에는 그 말버릇이 다시 안 들렸어요.
제가 좀 쉬고 나서였습니다. 그 사람은 여전히 그 말을 하고 있었고요. 크게 보이는 시기가 있고 다시 작아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익숙한 사람이 유독 버거우셨다면, 그건 그 사람보다 지금 내 여유 쪽을 먼저 봐야 할 신호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