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었더니 공기가 차가웠어요. 바람에 겨울 냄새가 섞여 있었지요.
옷장 깊숙이 넣어둔 회색 목도리를 꺼냈어요. 올가을 들어 처음이었네요. 목에 두르니 그제야 계절이 바뀌었다는 게 실감 났어요.
목도리를 두르다 냄새를 맡았어요.
지난겨울에 뿌리던 향수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요. 그 냄새를 맡자 지난겨울 장면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어요. 눈 오던 퇴근길, 손 시리던 버스 정류장, 따뜻한 어묵 국물 같은 거요. 냄새 하나가 한 계절을 통째로 불러왔네요.
목을 감싸니 몸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 같았어요.
신기하지요. 목도리 하나일 뿐인데요. 찬바람이 들어오던 틈이 막히니까 어깨가 저절로 펴지더라고요. 움츠리고 걷지 않아도 됐어요.
목도리 하나를 두르는 일에도, 지나간 계절과 다가올 계절이 함께 감긴다.
출근길에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지요. 아직 얇은 재킷만 입은 사람도 있었고요.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옷차림이 다 제각각이었어요. 다들 각자의 속도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네요.
사실 제게는 엄마가 떠준 목도리도 있어요.
빨간색에 조금 투박한 거지요. 학생 때 엄마가 겨울 내내 떠서 주셨어요. 지금은 잘 안 두르지만 옷장에서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요즘 뜨개질을 배우고 나니 그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알겠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익숙한 건 잘 느끼지 못한다고 했대요.
계절도 그런 것 같아요. 매일 조금씩 바뀌니까 모르다가, 목도리를 두르는 순간에야 아 겨울이구나 하고 느끼지요.
목도리 하나 두르는 일에도 지나간 계절과 다가올 계절이 같이 감기는 것 같아요.
찬바람 부는 아침엔 목부터 따뜻하게 감싸고 나서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