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상자를 하나 들고 왔네요. 첫 월급을 받았다고요.
내밀면서 영수증은 미리 빼두고 왔더라고요. 그게 좀 웃겼습니다.
받으면서 입에서 나오려던 말이 그거였어요.
이런 걸 왜 샀냐, 얼마 줬냐 하는 것들이요. 다행히 삼켰는걸요. 그 말이 나갔으면 그 밤이 좀 이상해졌겠지요.
처음 벌어서 처음 쓰는 돈에는 값이 붙어 있지 않다. 값을 묻는 순간 그것은 그냥 물건이 된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겠더라고요.
값을 알면 제가 부담스러워할 걸 아는 거지요. 아니면 잔소리를 들을 걸 알거나요. 그 나이에 벌써 그런 걸 계산해서 온 게 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딱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이미 비슷한 게 있고 제가 잘 안 쓰는 종류네요. 그런데 그걸 고르는 동안 저를 몇 번 떠올렸을 거잖아요. 물건보다 그 시간이 들어 있는 거지요.
엄마 것도 따로 있었는데 열어보시고 잠깐 우셨어요.
동생이 당황해하더라고요. 좋아서 우시는 건데 받는 쪽은 그게 잘 안 읽히지요. 나중에 제가 좀 설명해줬어요.
그 상자를 보면서 제 첫 월급 때가 떠올랐어요.
저는 뭘 샀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걸요. 다만 그때 뭔가를 사서 들고 갔던 건 기억나고요. 아마 저도 영수증을 뺐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말해뒀어요.
다음 달부터는 아무것도 안 사도 된다고요. 처음에만 하는 거라고, 매달 하면 그게 짐이 된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알겠다고 하면서도 좀 서운한 표정이더라고요.
주는 기쁨을 막는 것 같아서 저도 말하면서 좀 미안했네요. 그래도 그 말은 해두는 게 맞겠지요.
받은 건 안 쓰던 종류지만 요즘 매일 쓰게 되네요.
써야 그 애가 산 값을 하는 거니까요. 오늘 누가 처음 벌어서 뭘 사 왔다면, 값은 묻지 마시고 그냥 잘 쓰시면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