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카페에 앉아 있는데 계산대 쪽이 시끄러웠어요. 손님 한 분이 아르바이트생에게 화를 내고 계셨지요.
주문이 잘못 나왔다는 거였어요. 아르바이트생은 고개를 숙이고 연신 죄송하다고 했네요. 손님이 나간 뒤 그 아이가 카운터 아래로 몸을 숙였다가 다시 일어났어요. 웃는 얼굴로요.
그 동작을 보는데 스무 살의 제가 떠올랐어요.
대학 1학년 때 빵집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첫 주에 거스름돈을 잘못 드려서 손님께 크게 혼났어요. 그때 저도 카운터 아래로 숙여 숨을 고르고 다시 웃으며 일어났어요. 그 아이와 똑같이요.
그날 집에 가는 버스에서 많이 울었어요.
별것 아닌 실수였는데 세상이 끝난 것 같았지요.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나 싶었고요. 다음 날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결국 다시 나갔네요.
처음 혼나던 날을 견딘 그 아이가, 지금의 나를 조금씩 만들어왔다.
다음 날 빵집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어제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다들 처음엔 그런다고요. 그리고 거스름돈 세는 법을 다시 천천히 알려주셨지요. 그 한마디 덕분에 그 아르바이트를 일 년 넘게 했어요. 지금도 거스름돈을 셀 때면 그 손이 생각나네요.
그날 카페를 나서면서 계산대에 들렀어요.
아르바이트생에게 커피 맛있게 잘 마셨다고 말했지요. 그 아이가 잠깐 놀라더니 웃었어요. 아까와는 다른 웃음이었어요. 저한테 사장님이 해주셨던 걸 조금이라도 돌려준 것 같았네요.
생각해보면 그때 서툴렀던 손이 지금은 많은 걸 하고 있어요.
보고서를 쓰고, 인수인계를 하고, 후배를 챙기지요. 그 손이 처음엔 거스름돈도 제대로 못 셌던 손이었어요. 그걸 기억하면 지금의 서툰 일들도 조금 덜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처지에서 자기를 보는 마음이 연민이라고 했대요.
카운터 아래로 숙이던 그 아이에게서 제 모습을 본 순간이 딱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 혼나던 날을 견딘 그 아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겠지요.
오늘 서툰 누군가를 보면 그 시절의 나에게 하듯 조금 너그러워져 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