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낮엔 반팔 입는 애도 있는데 불나방이 패딩을 입고 왔어. 두꺼운 거.
다들 놀렸어. 벌써 겨울이냐고. 덥지 않냐고.
불나방은 하나도 안 덥대. 오히려 딱 좋대.
불나방 나 추위 많이 타. 미리 입는 거야.
칼손 말로는 불나방이 매년 그런대. 남들보다 한 달 먼저 패딩을 입는대.
교실에서 혼자 패딩 입고 있으면 다들 쳐다본대. 근데 신경 안 쓴대.
불나방은 원래 남 시선 신경 안 쓰는 애잖아. 그래서 그런가 했어.
근데 하나 발견했어. 불나방 패딩 안주머니에 핫팩이 하나 들어 있더라.
불나방이 그 핫팩을 꺼내더니 칼손한테 줬어. 칼손 손이 차가워 보였대.
칼손은 아직 얇은 옷 입고 있었거든. 손이 빨갰어.
그거 보고 물어봤어. 그 핫팩 매일 들고 다니냐고.
불나방이 그러더라. 매일 하나씩 넣어 다닌대. 근데 자기는 안 쓴대.
추워 보이는 애한테 준대. 반에서도, 동아리방에서도, 버스에서도.
패딩을 일찍 입는 것도 그래서래. 자기가 먼저 따뜻해야 남한테 핫팩 줄 여유가 생긴대.
그 말 듣고 좀 놀랐어. 불나방이 그런 생각을 하는 애였구나.
칼손 핫팩 따뜻하다. 고마워.
생각해보면 불나방은 늘 먼저 움직이는 애잖아. 신나는 것도 먼저, 패딩도 먼저.
근데 그 먼저가 남을 위한 것일 때도 있었던 거야. 먼저 따뜻해져서 그 온기를 나눠주려고.
우리 방에서도 불나방이 늘 제일 먼저 말 걸고 제일 먼저 웃기잖아. 그게 다 같은 거였던 거라니까.
돌부처 나도 핫팩 줘.
돌부처는 패딩 안 입고 버티는 애야. 근데 그날 불나방 핫팩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어.
너도 남들보다 먼저 겨울옷 꺼내면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몸이 아는 거거든.
그리고 주머니에 핫팩 하나 더 넣어봐. 추워 보이는 애 만나면 줘. 동아리방엔 불나방 핫팩이 늘 하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