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되고 한참 지나서 나한테 뭘 물으러 온 애가 처음 생겼거든. 그전까지는 아무도 나한테 안 물었어.
당연하잖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로 유명하니까.
그 애가 물어보기 전에 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라.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 입을 뗐어.
그거 보고 나는 좀 긴장했다니까. 아무한테나 할 얘기가 아니라는 뜻이잖아.
근데 정작 물어본 건 별거 아닌 거였어. 나는 그게 더 이상했어.
칼손 별거 아닌 걸 물어보는 게 더 어려워요.
칼손 말이 맞더라. 큰 건 오히려 아무한테나 물어볼 수 있거든.
별거 아닌 걸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못 묻는 거잖아. 그래서 아무도 없을 때를 골라서 오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그 애는 답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안전한 데를 찾아온 거였어.
물어본 걸 나는 몰랐거든. 그래서 모른다고 했어.
그 애가 알겠다고 하고 갔는데, 며칠 뒤에 또 오더라. 이번엔 다른 걸 물어보러.
모른다고 했는데 또 온 게 나는 좀 이상했다니까. 그래서 왜 또 왔냐고 물어봤어.
돌부처 모른다고 해서 온 거지.
돌부처 말이 맞았어. 그 애가 그러는데 내가 모른다고 하니까 편했대.
아는 척하는 사람한테 물으면 그다음부터 자기가 모르는 게 더 커 보인다는 거야. 근데 나는 같이 모르니까 부담이 없다는 거라니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게 그 애한테는 자격이었던 거잖아.
대신 하나는 한다니까. 그거 나도 모르는데 같이 찾아볼래, 이렇게 말해.
그러면 둘이 같이 모르는 게 되잖아. 그게 혼자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더라.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아직도 대답은 못 해주거든. 그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근데 물어보러 오는 애가 늘더라. 답을 못 주는데도 오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아는 척을 안 하기로 아예 정했다니까.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