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안 쓰던 필름 카메라를 줬어요. 몇 주 동안 틈틈이 찍었지요.
서른여섯 장을 다 쓰고 동네 사진관에 맡겼어요. 사장님이 사흘 걸린다고 하셨네요. 그 사흘이 생각보다 설렜어요.
휴대폰으로 찍으면 바로 볼 수 있지요.
마음에 안 들면 지우고 다시 찍고요. 그런데 필름은 그럴 수가 없었어요. 찍는 순간 뭐가 찍혔는지 알 수 없지요. 그래서 한 장 한 장 더 신중하게 찍게 되더라고요.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보게 됐어요.
사흘 동안 사진 생각이 자주 났어요.
그 장면이 잘 나왔을까, 빛이 너무 어둡진 않았을까 하고요. 기다리는 동안 찍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사진을 보기도 전에 그 기억을 한 번 더 살아본 셈이었네요.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사진에는, 그 기다림의 시간까지 함께 현상되어 나온다.
사흘 뒤 사진을 찾으러 갔어요.
봉투를 열어보니 제대로 나온 건 열 장 남짓이었지요. 나머지는 초점이 안 맞거나 너무 어둡거나 흔들려 있었고요. 처음엔 좀 아쉬웠어요. 그런데 한 장씩 넘기다 보니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흔들려서 번진 사진 한 장이 있었어요.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찍은 거였지요. 손이 떨려서 창밖 빗줄기가 길게 늘어져 찍혀 있었어요. 실패한 사진인데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그날 비가 어떻게 내렸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았거든요.
사장님이 그 사진을 보시더니 웃으셨어요.
이런 게 필름 맛이라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흔들린 사진을 일부러 찍으러 온다고 하셨지요. 저는 일부러 찍은 게 아니었지만 괜히 뿌듯했네요.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사진은 그 기다림까지 같이 담겨 오는 것 같아요.
가끔은 바로 확인하지 않는 즐거움을 남겨둬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