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 시쯤 불나방한테 전화가 왔어. 받자마자 불나방이 그러더라.
"나 여기 어딘지 모르겠다니까."
버스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왔대. 처음 와보는 데래.
목소리가 좀 떨렸어. 늘 시끄러운 불나방이.
불나방이 상황을 설명해줬어. 학원 끝나고 버스 탔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대.
깨보니까 기사님이 어깨를 흔들고 계셨대. 종점이라고.
밖을 보니까 캄캄하고 아무것도 없었대. 버스 차고지 같은 데.
근데 기사님이 친절하셨대. 다음 차 출발할 때까지 이십 분 남았는데 버스 안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하셨대.
추우니까 히터도 안 끄시고 두셨대.
그래서 불나방은 버스 안에서 기다리면서 나한테 전화한 거래. 혼자 있으니까 무서워서.
불나방 기사님이 히터 틀어주셨어. 진짜 고마웠어.
그래서 이십 분 동안 통화했어. 별 얘기 안 했어.
오늘 학원 어땠냐, 저녁 뭐 먹었냐, 종점은 어떻게 생겼냐.
불나방이 창밖을 설명해줬어. 버스가 줄지어 서 있고 기사님들이 쉬는 컨테이너가 있대. 불빛이 하나뿐이래.
얘기하다 보니까 불나방 목소리가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어. 다시 시끄러워졌어.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불나방이 그 얘기를 다 했어. 엄청 과장해서.
종점이 무슨 영화 속 장소 같았대. 기사님은 천사였대.
다들 웃었는데 칼손이 그러더라. 그래도 무서웠겠다고.
불나방이 잠깐 조용해지더니 그러더라. 솔직히 무서웠대. 근데 전화 받아줘서 괜찮았대.
칼손 나도 그런 적 있으면 전화할게.
돌부처 나도 받아줄게.
너도 어디서 길을 잃으면 전화 걸 사람 하나 떠올려봐. 별 얘기 안 해도 돼.
목소리 듣는 동안 낯선 데도 덜 무서워진다니까. 불나방은 그 뒤로 버스에서 알람을 맞춘대. 다섯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