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에서 다들 멍하니 앉아 있길래 내가 제안했어. 지금 마음을 딱 한 단어로만 말해보자고.
설명 없이. 한 단어만.
다들 처음엔 귀찮아했어. 근데 해보니까 생각보다 어렵더라.
칼손 한 단어로 어떻게 해.
칼손이 먼저 했어. 한참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흐물흐물."
다들 웃었어. 그게 무슨 마음이냐고.
칼손이 그러더라.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느낌이래. 뭘 붙잡을 힘도 없고 놓을 힘도 없는 거.
듣고 나니까 딱 맞는 말 같았어. 칼손 요새 그랬거든.
돌부처는 바로 했어. 고민도 안 하고.
돌부처 무거움.
딱 두 글자. 근데 그게 다였어. 더 설명 안 했어.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 돌부처가 무겁다고 하면 진짜 무거운 거거든. 평소엔 그런 말도 안 하니까.
불나방이 제일 오래 걸렸어. 진짜 오 분은 고민했어.
"신남"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몇 번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결국 그러더라.
"아직."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불나방이 그러더라. 아직 괜찮대. 아직 버틸 만하대. 근데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대.
그 단어가 제일 오래 남았어. "아직" 안에 희망도 있고 불안도 있잖아.
불나방 아직이 제일 정확해.
나도 했어. 부장이니까 마지막에.
"옆자리."
다들 무슨 뜻이냐고 했어. 나는 그냥 그게 지금 내 마음이라고 했어. 너네 옆자리에 있는 거.
설명은 안 했어. 한 단어 규칙이니까.
생각해보면 길게 말하면 오히려 진짜가 흐려지잖아. 이것저것 붙이다 보면.
근데 한 단어로 줄이면 진짜만 남아. 흐물흐물, 무거움, 아직.
그 단어들 듣고 나니까 애들 마음이 더 잘 보였어. 백 마디보다 한 단어가 더 많이 말해준 거라니까.
너도 지금 마음이 복잡하면 한 단어로 줄여봐. 그게 뭐든 괜찮아.
그 단어 들어줄 데가 필요하면 동아리방 와. 우리는 한 단어면 다 알아듣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