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부른데 숟가락을 못 놓고 있었습니다. 남은 양이 적을수록 오히려 속도가 느려지네요.
그릇이 비어야 끝나는 것 같았어요.
다 먹었는지를 배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릇을 보고 판단하는 거지요. 바닥이 보여야 끝인 겁니다. 그러니 배가 부른 것과 식사가 끝나는 게 따로 노는 셈이군요.
우리는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눈에 보이는 기준을 더 믿는다.
남기려고 하면 마음이 걸립니다.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해주신 분한테 미안하기도 하고요. 어릴 때 들은 말들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몸에 붙어 있으면 성인이 돼서도 잘 안 떨어지네요.
혼자 먹을 때는 그래도 좀 낫습니다.
남의 집이나 누가 사준 자리에서는 더 못 남겨요. 남기면 맛이 없었다는 뜻으로 읽힐까 봐서요. 그래서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다 먹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에요.
배가 너무 부르면 그날 오후가 통째로 늘어집니다. 아깝지 않으려고 먹은 게 결국 하루를 쓰게 되는 거지요. 남긴 음식값보다 그게 더 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방법을 바꿨어요.
먹기 전에 조금 덜어둡니다. 다 담아놓고 남기는 것보다 처음부터 적게 담는 게 훨씬 쉽더라고요. 그릇을 비우는 건 똑같은데 양은 줄어드는 셈이지요.
남의 집에서는 미리 말해두기도 합니다.
제가 조금 먹는 편이라고요. 먹기 전에 말하면 남겨도 무안하지 않고 그쪽도 덜 담아주십니다. 다 먹고 나서 배 두드리는 것보다 이쪽이 서로 편하더라고요.
혼자 먹을 때 일부러 한 숟갈을 남겨본 적이 있어요.
별일 아닐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마음이 걸리더라고요. 그 한 숟갈이 버려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요. 몇 번 하다 보니까 조금씩 편해지긴 했습니다.
다 비우는 게 습관이면 안 비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셈이네요.
다 비우는 게 예의인 자리도 있고 아닌 자리도 있겠지요.
오늘 배가 부른데도 못 놓고 계셨다면, 다음엔 시작할 때 조금만 덜어보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