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모임에서 놀이처럼 각자 잘하는 걸 하나씩 말하게 됐어요. 한 명은 요리, 한 명은 운전, 한 명은 노래였지요.
제 차례가 오니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한참 생각하다가 잘 들어요, 라고 했네요. 말하고 나서 좀 민망했어요.
주변을 보면 다들 뭔가 하나씩은 잘해 보여요.
누구는 손재주가 좋고, 누구는 말을 잘하고, 누구는 숫자에 밝지요. 그런데 저는 딱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이것저것 평범하게는 하는데 특별히 잘하는 건 없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 옆에 앉은 친구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요.
그거 진짜 맞아, 너한테 얘기하면 이상하게 다 정리돼, 하고요. 다른 친구들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지요. 저는 그게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들은 것뿐이었는데요.
내가 당연하게 하는 일이, 남에게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로 보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그런 종류의 재주도 있는 것 같아요.
눈에 띄지 않는 거요. 요리나 노래처럼 결과가 보이지 않으니까 본인도 모르고 지나가는 거지요. 남이 알아봐 주기 전까지는 자기한테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연민을 사람이 가진 가장 귀한 것 중 하나로 봤대요.
잘 듣는 것도 그 비슷한 거겠지요. 상대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건 그 사람의 무게를 잠깐 같이 드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제 대답이 조금 덜 민망해졌어요.
그 모임 이후로 가끔 그 친구 말이 떠올라요.
누가 저한테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아 이게 내가 잘하는 거였지, 하고 생각하지요. 그러면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은 날이 있지요.
그래도 그건 없어서가 아니라 조용한 종류라서일 수도 있어요. 오늘은 남이 알아봐 준 내 장점 하나를 믿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