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성적표 나온 날 후배가 동아리방에 왔는데 표정이 어두웠어.
소파 끝자리에 앉더니 그러더라. 자기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대.
공부도 중간, 운동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린대.
불나방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불나방이 그렇게 말했지만 후배 표정은 안 풀렸어.
다들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어. 그냥 괜찮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어.
그때 칼손이 그랬어. 그럼 우리가 말해줄게. 너 잘하는 거.
칼손이 먼저 했어.
너는 내 손톱에 별 붙여줬잖아. 그거 아무도 생각 못 했어. 그게 제일 잘 통했어.
그리고 보드게임 매번 이기잖아. 크게 지르지도 않고 먼저 포기하지도 않고. 그거 진짜 어려운 거야.
불나방이 이어서 했어.
너 처음 왔을 때 신청서에 우리 같이 앉아 있는 게 좋아 보였다고 썼잖아. 그 한 줄 때문에 우리가 우리 방이 어떤 덴지 알았어.
그리고 아무 날도 아닌데 쪽지 돌린 거. 그거 아무나 못 해.
돌부처가 마지막에 짧게 말했어.
돌부처 선인장 줬잖아. "천천히 자라도 돼요."
그 스티커 아직 돌부처 필통에 있어. 돌부처가 그걸 꺼내서 보여줬어.
다 말하고 나서 하나 알게 됐어. 아무도 공부나 시험 얘기를 안 했어.
다 우리 방에서 후배가 해준 거였어. 쪽지, 스티커, 선인장, 오늘도 왔다.
후배는 잘하는 게 없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 방에서 제일 많은 걸 해주고 있었던 거라니까.
성적표엔 안 나오는 거라서 자기가 몰랐던 거야.
후배가 다 듣고 나서 좀 울었어. 그리고 웃었어.
그러더니 그러더라. 그런 것도 잘하는 거예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 그게 제일 잘하는 거라고.
칼손 그게 제일 어려운 거야.
너도 잘하는 게 없다고 느끼면 성적표 말고 친구한테 물어봐. 네가 해준 거.
성적표엔 안 나오는 걸 친구들은 다 기억하고 있을 거라니까. 후배는 그날 화이트보드에 썼어. "오늘도 왔다. 잘하는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