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래 하시던 걸 그만두셨네요. 그만둔다는 말씀은 한 번도 안 하셨어요.
정리하시는 걸 보고 알았는걸요. 쓰던 것들을 버리지 않고 상자에 담아 두시더라고요.
십 년 넘게 하시던 거고요.
그런데 시작하실 때도 말씀을 안 하셨고 접으실 때도 안 하셨어요. 저희 가족은 대개 그렇습니다. 하다가 안 하면 그게 끝인 거지요.
조용히 시작한 일은 조용히 끝난다. 다만 그 사이의 십 년은 조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그만두시냐고 물으려다 말았어요.
몸이 예전 같지 않으셔서일 수도 있고, 그냥 재미가 없어지셨을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여쭤보면 설명을 만드셔야 하니까요. 그건 안 해도 되는 일이겠고요.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건 안 버리셨다는 거네요.
상자에 담아서 장 안에 넣어두셨어요. 아주 끝내신 건 아닌 셈이지요. 언젠가 다시 꺼내실지도 모르고, 안 꺼내셔도 그 상자가 있는 건 다른 문제고요.
그만두시고 나서 저녁 시간이 좀 달라졌어요.
그 시간에 하시던 게 없어지니까 그 자리가 비네요. 텔레비전을 좀 더 보시거나 일찍 주무시거나 하시고요. 십 년치 자리가 비면 그게 바로 안 채워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만둔 얘기 대신 다른 걸 여쭤봤어요.
요새 뭐 하고 싶으신 거 없냐고요. 별말씀 안 하셨는데 며칠 뒤에 다른 걸 하나 시작하셨더라고요. 그것도 말씀은 안 하셨고요.
그 상자를 보고 제 쪽도 떠올랐어요.
저도 몇 년 하다 그만둔 게 있는데 아무한테도 말 안 했습니다. 물건은 아직 서랍에 있고요. 이 집에서 배운 방식대로 하고 있는 셈이군요.
그래서 엄마한테 이유를 못 여쭤본 것도 같습니다. 제가 그 질문을 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말없이 접는 데는 말없이 시작한 만큼의 시간이 드는걸요.
그러니 그 뒷모습을 봤으면 아무 말 안 해도 되겠지요. 오늘 가족이 뭘 조용히 정리하고 계셨다면, 이유 말고 다른 걸 여쭤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