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동아리방에 들어오는데 얼굴이 엄청 어두웠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했대. 좋아하는 가수.
아침 여덟 시에 열렸는데 일 초 만에 다 팔렸대. 손이 떨려서 버튼을 늦게 눌렀대.
불나방 아 그거 진짜 속상하지.
후배가 하루 종일 시무룩했어. 화이트보드에 "오늘도 왔다"도 안 썼어.
다들 좀 걱정됐어. 후배가 그렇게 기운 없는 거 처음 봤거든.
칼손이 위로하려고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대. 다음에 또 기회 있다고 하면 위로가 안 될 것 같대.
그때 불나방이 그러더라. 동아리방에서 공연하자고.
다들 무슨 소리냐고 했어. 불나방이 설명했어.
상영회 때 쓴 빔으로 그 가수 공연 영상을 벽에 띄우자는 거야. 다 같이 보자고.
후배 몰래 준비했어. 칼손이 영상을 찾고, 돌부처가 커튼 치고, 불나방이 빔 설치하고.
준비 다 하고 후배를 불렀어. 불 끄고 영상을 틀었어.
후배가 깜짝 놀랐어. 벽에 그 가수가 나오니까.
응원봉이 없어서 다들 귤을 하나씩 들었어. 겨울 동아리방 귤.
노래 나올 때마다 귤을 흔들었어. 불나방은 노래 가사도 모르면서 따라 불렀어. 다 틀렸어.
돌부처 귤 응원봉.
후배가 처음엔 멍하니 보더니 나중엔 웃기 시작했어. 그리고 따라 불렀어. 큰 소리로.
공연 영상이 끝나고 불 켜니까 후배 눈이 좀 빨갰어. 근데 웃고 있었어.
후배가 그러더라. 진짜 공연장보다 좋았대. 거기선 혼자였을 텐데 여기선 다 같이 봤으니까.
생각해보면 티켓팅 실패는 속상하지. 기다렸던 거니까.
근데 못 간 공연도 같이 봐주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날은 동아리방이 공연장이 되는 거라니까.
후배가 그날 화이트보드에 늦게나마 썼어. "오늘도 왔다. 그리고 공연도 봤다."
너도 기다리던 걸 놓쳐서 속상하면 친구한테 말해봐. 대신은 못 해줘도 같이는 해줄 거야.
귤 하나씩 들고. 동아리방은 그날 작은 공연장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