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을 하나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 입에서 사정 설명이 먼저 나오더라고요.
말하는 동안 상대 얼굴이 아니라 그 옆 벽을 보고 있었네요.
듣는 순간 이미 알았어요.
틀린 지적이었으면 오히려 조용히 있었을 겁니다. 맞으니까 급해진 거지요. 급하면 입이 먼저 나가고요.
방어는 판단보다 빠르다. 그래서 우리는 옳은 말 앞에서 가장 많이 말한다.
변명이라고 했지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어요.
그날 정말 시간이 없었고 정말 사정이 있었습니다. 다 사실인걸요. 다만 그게 지금 필요한 말이 아니었을 뿐이지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원한 건 짧았어요.
알겠다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사정을 몰라서 지적한 게 아니라 그냥 확인이 필요했던 거고요. 제가 길게 말할수록 그 확인은 뒤로 밀렸겠지요.
고치는 방법이 있나 찾아보다가 하나만 해보고 있어요.
말하기 전에 삼 초를 둡니다.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요. 그 삼 초가 지나면 변명이 조금 김이 빠집니다. 그다음에 알겠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잘 안 되는 날도 많습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네요.
사정을 아예 말하지 말자는 건 아니에요.
순서만 바꾸면 됩니다. 먼저 알겠다고 하고 나중에 그날 이런 게 있었다고 하면 그건 변명으로 안 들리더라고요. 같은 내용인데 앞에 두면 방어고 뒤에 두면 설명인 셈이군요.
변명이 먼저 나오는 걸 뻔뻔하다고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겁이 말보다 빠른 거겠지요. 미움받을까 봐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겁니다. 오늘 입이 먼저 나가셨다면, 다음번엔 삼 초만 두고 시작해보셔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