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들어가는 날에 하는 말이 정해져 있거든. 애들이랑 있었어, 이거야.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근데 진짜 이유는 아니라니까.
집 앞에 도착하면 현관에서 잠깐 멈추거든. 신발 벗기 전에 할 말을 정해.
이게 버릇이 됐다니까. 아무도 안 물어봐도 그러고 있어.
물어보면 바로 대답이 나와야 되니까 미리 준비하는 거잖아. 뜸 들이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이고.
칼손 저도 그거 해요. 계단에서 정해요.
진짜 이유는 사실 한 줄이거든. 그냥 집에 오기 싫었다든가 방에 좀 더 있고 싶었다든가.
근데 이게 짧아서 말하기가 더 어렵더라. 한 줄로 말하면 뭔가 큰일 같잖아.
애들이랑 있었다고 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되는데, 집에 오기 싫었다고 하면 그때부터 얘기가 커지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숨기려고 안 하는 게 아니더라. 크게 만들기 싫어서 안 하는 거였어.
엄마가 걱정하면 나는 그걸 또 설명해야 되잖아. 별거 아닌데 별거가 되는 게 싫은 거다.
이거 방에서 애들이 하는 거랑 똑같더라니까. 별거 아니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거.
돌부처 다들 그러지.
한번은 그냥 말해본 적 있거든. 오늘은 그냥 늦게 오고 싶었다고.
엄마가 알겠다고 하고 끝이더라.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
내가 걱정한 것 같은 일은 안 생겼다니까. 근데 그다음부터 또 정해진 말을 하고 있어.
그래서 애들이 그냥 좀 그랬다고 하면 더 안 묻는다니까. 그게 다 말한 거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이런 것도 잘 못 하거든. 아직도 현관에서 멈춰.
근데 방에서는 좀 달라졌다니까. 애들이 짧게 말하면 더 안 캐물어.
짧은 말일수록 그게 진짜인 거더라. 길게 설명하는 쪽이 오히려 지어낸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