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회사에서 크게 혼났대요. 퇴근길에 만났는데 표정이 어두웠지요.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말했어요. 아 몰라, 떡볶이나 먹자. 그러고는 정말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네요. 다음 날 연락했더니 그 일을 기억도 못 하는 듯 웃고 있었어요.
그 친구가 정말 부러웠어요.
저라면 며칠은 곱씹었을 일이었거든요. 밤마다 그 장면을 되감고, 그때 이렇게 말할걸 하며 뒤척였을 거예요. 그런데 친구는 떡볶이 한 접시로 털어냈지요.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네요.
저는 뭐든 오래 곱씹어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요. 지나간 말 한마디를 며칠씩 붙들고 있지요. 그게 저를 무겁게 만든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가볍게 사는 사람들이 부러운 거겠지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어요.
오래 곱씹는 마음도, 쉽게 털어내는 마음도 저마다 다른 무게를 지고 있다.
며칠 뒤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금방 잊냐고 물어봤어요.
친구가 웃더니 사실 다 잊은 건 아니래요. 혼자 있을 때 가끔 생각난대요. 다만 붙잡고 있으면 더 힘들어서 일부러 다른 걸 한다고요. 떡볶이도 그중 하나였던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친구가 가벼워 보였던 건 무게가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그 무게를 내려놓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거지요. 저는 곱씹으며 천천히 소화하는 사람이고, 친구는 다른 걸로 덮어 흘려보내는 사람이었던 거군요.
곱씹는 것도 꼭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천천히 되새기다 보면 처음엔 몰랐던 걸 알게 될 때가 있지요. 상대의 사정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 시간이 저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온 것도 같아요.
쇼펜하우어는 이미 일어난 일을 붙잡고 있으면 괴로움이 길어진다고 했대요.
친구는 그걸 몸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가끔은 떡볶이 한 접시의 힘을 빌려봐야겠지요.
오래 곱씹는 마음도 쉽게 털어내는 마음도 저마다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내 방식대로 천천히 내려놓아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