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에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시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나왔어요. 폐지 값이 낮아서 하루 종일 모아도 손에 쥐는 게 많지 않다는 내용이었지요.
다음 날 아침 골목에서 리어카를 끄시는 이웃 할머니를 봤어요. 뉴스 속 장면이 바로 눈앞에 있었네요.
할머니는 오르막 앞에서 리어카를 멈추셨어요.
상자가 높이 쌓여 있었지요. 허리를 펴시고 한참 숨을 고르셨어요. 저는 출근길이라 망설이며 서 있었고요. 도와드려야 하나, 괜히 실례가 될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그때 지나가던 배달 기사님이 오토바이를 세웠어요.
아무 말 없이 리어카 뒤로 가서 밀기 시작했지요. 할머니가 놀라서 괜찮다고 하셨는데 기사님은 금방이라며 언덕 위까지 밀어 올려드렸어요. 그리고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가버렸네요. 다 합쳐 일 분도 안 걸렸어요.
언덕 하나를 같이 밀어주는 데는, 대단한 마음보다 멈춰 서는 일 분이 필요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조금 부끄러웠어요.
저는 망설이기만 했지요. 기사님은 바쁜 와중에도 그냥 멈췄고요. 도움은 생각보다 단순한 거였군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손을 내미는 거요.
뉴스에서는 숫자와 제도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그 숫자가 어떤지, 어떤 제도가 맞는지는 잘 몰라요. 다만 그 숫자 뒤에 오르막 앞에서 숨을 고르시는 할머니가 계신다는 건 알게 됐지요. 뉴스로 볼 때와 골목에서 볼 때는 무게가 다르더라고요.
그 뒤로 저는 집에서 나오는 상자를 차곡차곡 접어 모아둬요.
할머니가 지나가시는 시간에 맞춰 문 앞에 내놓지요. 할머니가 가져가시면서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세요. 저도 고개를 숙이고요. 그 짧은 인사가 아침을 조금 따뜻하게 하네요.
리어카를 대신 끌어드릴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언덕 하나를 같이 밀어주는 손이 있으면 조금 가벼워지더라고요. 오늘 골목에서 그런 손 하나가 되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