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은 늘 이어폰을 한쪽만 끼거든. 오른쪽만.
처음엔 한쪽이 고장 난 줄 알았어. 근데 아니래. 일부러 한쪽만 낀대.
왜냐고 물었더니 좀 쑥스러워하더라. 남들 얘기 들으려고 그런대.
칼손 버스에서 누가 주식 얘기 하면 듣고 싶어서.
한번은 칼손 이어폰을 빌려 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더라.
노래를 안 틀어놓은 거야. 그냥 끼고만 있었던 거지.
그러니까 그 이어폰은 남한테 안 듣는 척하려고 끼는 거였어. 실은 다 듣고 있으면서.
그거 알고 좀 웃겼는데 동시에 좀 짠하더라.
칼손한테 물어봤어. 남들 주식 얘기에서 뭘 듣고 싶었냐고.
걔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남들도 힘든지 알고 싶었대.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래. 그런 건 들어도 잘 모르겠대. 그냥 남들도 한숨 쉬는지, 남들도 물렸는지.
그걸 들으면 좀 안심이 된대.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불나방 그럼 우리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불나방 말에 칼손이 고개를 저었어. 모르는 사람 얘기가 더 편하대.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나도 대답해야 하잖아. 근데 모르는 사람 얘기는 그냥 듣기만 하면 되니까.
내 얘기는 안 해도 되고 남 얘기만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 거야. 칼손다운 방법이라니까.
엿듣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 칼손도 그걸 알아서 좀 찔린대.
근데 나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갔어. 외로우면 남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거거든.
버스 안에서 모르는 아저씨가 한숨 쉬는 거 들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게 느껴지는 거잖아. 그게 칼손한테는 필요했던 거야.
돌부처 나도 가끔 들어.
돌부처도 그런대. 그 말에 다들 웃었어. 우리 방 애들 다 몰래 엿듣고 있었던 거야.
칼손은 요새 양쪽 다 끼고 다녀. 동아리방에서 직접 듣는 게 더 낫대.
너도 남의 얘기에 자꾸 귀가 가면 그건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은 거야. 동아리방 오면 이어폰 안 껴도 다 들린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