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친해지는 순서가 좀 이상하거든. 말을 많이 한 애랑 친해지는 게 아니야.
이어폰 한 짝을 받은 다음부터 달라지더라. 그날부터 그 애랑은 말이 편해진다.
이어폰을 나눠 끼면 둘이 같은 걸 듣고 있잖아. 근데 말은 안 해도 되거든.
같이 있는데 말을 안 해도 되는 상태. 그게 은근히 어려운 거다. 보통은 옆에 앉으면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잖아.
그 어색함을 이어폰이 없애주더라. 그래서 말 못 트는 사이일수록 이게 먹히는 거라니까.
주는 게 쉬워 보이는데 아니거든. 자기 듣던 걸 남한테 보여주는 거잖아.
취향이라는 게 은근히 부끄러운 거다. 그래서 이어폰 건넬 때 애들이 줄을 자기 쪽으로 한 번 당겨봐. 그 손이 좀 웃기면서 귀엽더라.
받는 쪽도 예의가 있긴 해. 노래 뭐냐고 바로 안 묻는 거. 다 듣고 나서 묻는 게 낫다니까.
동아리방에 기분 안 좋아 보이는 애가 있으면 나는 지금은 이렇게 해. 무슨 일 있냐고 안 묻고 그냥 옆에 앉는다.
앉아서 이어폰 한 짝 내민다. 받으면 같이 듣는 거고 안 받으면 그냥 내가 낀다. 그거로 끝이야.
받은 날은 그 애가 나가면서 한마디 하고 가더라. 안 받은 날은 아무 말 없이 가고. 근데 안 받았다고 서운할 것도 없거든. 다음에 또 내밀면 되잖아.
한 짝을 받아놓고 오래 안 빼는 애도 있거든. 그건 조금 더 있고 싶다는 뜻이더라. 그럴 땐 나도 그냥 같이 앉아 있는다. 노래가 다 끝나고도 한참 그러고 있은 적 있다니까.
나는 말재주가 좋은 애가 아니라서 위로 같은 건 잘 못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말 말고 다른 걸 하나 갖고 있는 거다. 이어폰이든 뭐든.
옆에 있는 방법이 하나만 있어도 그 방은 안 비잖아. 그거면 되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