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다 닦고 나서 부엌에 서 있었습니다. 뭘 하나 꺼내 먹고 있더라고요.
먹기 전에 잠깐 멈추긴 했어요. 이미 닦았다는 걸 떠올리긴 했고요.
이를 닦는 건 저한테 하루의 끝 표시예요.
그러고 나면 더 안 먹기로 되어 있는 거지요. 그런데 그 뒤에 배가 고파지면 그 규칙이 흔들립니다. 정해놓은 건 저고 어기는 것도 저고요.
끝났다고 정하는 일과 실제로 끝나는 일은 자주 어긋난다.
먹고 나면 또 닦아야 하는데 그게 싫습니다.
그래서 안 닦고 자기도 하고, 그러면 아침에 좀 찝찝하고요. 십 분 아끼려다 다음 날 기분을 쓰는 셈이군요.
돌아보면 진짜 배가 고픈 날은 별로 없어요.
대개 뭔가 아쉬운 날입니다. 하루가 심심하게 끝나는 게 허전해서 뭐라도 하나 더 하고 싶은 거지요. 먹는 게 아니라 하루를 좀 더 붙잡는 쪽에 가깝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 자리에 다른 걸 놓아봅니다.
물을 한 잔 마시거나 창가에 잠깐 앉거나요. 하루를 조금 더 붙잡고 싶은 거면 그걸로도 되더라고요. 안 될 때는 그냥 먹고 다시 닦고요.
한 가지 더 해본 건 순서입니다.
먹을 걸 먼저 다 하고 그다음에 닦는 걸로 미뤘어요. 그러면 어길 일이 없어집니다.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어길 자리를 없애는 게 쉽더라고요.
이상한 건 아침에는 이런 일이 없다는 겁니다.
아침에 닦고 나서 또 먹는 일은 거의 없어요. 하루가 시작되는 쪽이니까 닫을 게 없는 거지요. 어기게 되는 건 늘 끝내는 쪽입니다.
끝을 정하는 게 시작을 정하는 것보다 어려운 모양이네요.
끝을 한 번 어겼다고 그날이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요.
닦고 또 먹었으면 한 번 더 닦으면 되고요. 오늘 다 끝냈다고 해놓고 부엌에 서 계셨다면, 그건 그냥 하루가 좀 아쉬우셨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