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 일찍 나간 적이 있거든. 평소보다 한 시간쯤 빨리.
그 시간 거리가 완전히 다르더라. 지나가는 사람이 나 말고 둘뿐이었어.
아저씨 한 분이 통화를 하고 계시더라. 계좌 얘기 같았어.
목소리가 안 낮았어. 평소에 밖에서 그 얘기를 하시는 분들은 목소리를 낮추시잖아.
근데 그 시간엔 아무도 없으니까 그냥 하시는 거고. 그게 좀 이상했다니까.
칼손 아무도 없으면 편하죠.
그러니까 목소리를 낮추는 게 내용 때문이 아니었던 거잖아. 남이 듣는 게 문제였던 거고.
같은 얘기를 아무도 없을 때는 크게 하시는 거니까. 도서관 신문 자리에서 아무도 말을 안 하는 거랑 반대인 거고.
사람이 있냐 없냐가 그렇게 큰 거라니까.
그러고 보니까 나도 그 시간에 좀 달랐어. 걸음이 빠르고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누가 보는 게 없으니까 자세가 풀린 거잖아. 방에서 신발 반쯤 벗고 앉는 애랑 같은 거고.
그러니까 편한 건 아무도 안 볼 때 나오는 거라니까.
돌부처 혼자면 다 편하지.
이거 생각하다가 좀 걸렸거든. 방은 사람이 있어야 방인데, 사람이 있으면 편해지기가 어려운 거잖아.
아무도 안 볼 때만 편할 수 있으면 방에서는 영영 안 되는 거고.
근데 우리 방에 편해 보이는 애가 있잖아. 그 애는 사람 있는 데서 그걸 하고 있는 거라니까. 그게 어려운 거였고.
그리고 그 시간에 한 번 더 나가봤거든. 그 아저씨가 또 계시더라. 매일 그 시간인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시간에 뭐가 어떤지도 몰랐거든. 한 시간 차이인데 완전히 다른 거고.
근데 아무도 안 볼 때 나오는 게 진짜인 것 같더라. 그건 꾸밀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방에서도 내가 안 보는 척하는 걸 늘렸다니까. 그래야 나오는 게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