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어요. 우산을 안 챙긴 날이었지요.
집에 도착했을 땐 운동화가 흠뻑 젖어 있었어요. 걸을 때마다 철벅 소리가 났네요.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니 양말까지 다 젖어 있었어요.
베란다에 쌓아둔 신문지를 가져왔어요.
엄마가 늘 그렇게 하셨거든요. 젖은 신발에는 신문지를 구겨 넣어야 한다고요. 신문지를 한 장 펼치는데 마침 날씨 면이었어요. 내일은 맑음, 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지요. 그 면을 일부러 앞코 쪽에 넣었네요.
신문지를 구기는 소리가 좋았어요.
바스락거리는 소리요. 신발 앞코부터 뒤꿈치까지 꼭꼭 채워 넣었지요. 그러고 나니 젖은 신발이 조금 통통해 보였어요. 꼭 배부른 것 같아서 혼자 웃었네요.
젖은 신발도, 하룻밤 신문지에 기대고 나면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
자기 전에 한 번 신문지를 갈아줬어요.
꺼내보니 신문지가 물을 잔뜩 먹어 축축했지요. 새 신문지로 다시 채웠어요. 엄마는 이걸 두세 번은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귀찮지만 그래야 냄새도 안 나고 잘 마른다고요. 그 말을 떠올리며 한 번 더 갈았네요.
다음 날 아침 신발을 확인해봤어요.
완전히 마르진 않았지만 신을 만했지요. 신문 예보대로 하늘은 맑았어요. 조금 덜 마른 신발을 신고 나섰는데 발이 그렇게 차갑지 않았어요. 신문지가 밤새 일을 해줬던 거예요.
쇼펜하우어는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면 조금 가벼워진다고 했대요.
비에 젖은 건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투덜대는 대신 신문지를 구겨 넣으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젖은 신발도 하룻밤 신문지에 기대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젖은 마음이 있다면 하룻밤쯤 기대어 말려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