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맡기러 동네 세탁소에 갔거든. 사장님이 다림질을 하고 계셨어.
김이 많이 올라오는데 그 사이로 카운터 옆 폰이 보이더라. 세워져 있었어.
화면에 빨간 거 파란 거 숫자가 있었어. 동아리방 애들 폰이랑 같은 화면.
사장님이 다림질하다가 폰을 힐끗 보셨어. 그리고 다리미를 다리미판에 세워두시더라.
한참 그대로 계셨어. 다리미에서 김만 계속 올라오고.
내가 교복을 내밀었는데도 잠깐 못 알아차리셨어. 그러다 깜짝 놀라시면서 받으셨어.
칼손 손이 멈추는 거 다 똑같구나.
교복을 받으시면서 사장님이 웃으셨어. 미안하다고, 딴생각했다고.
그러시더니 한 마디 하셨어. 요새 이거 보면 다림질이 손에 안 잡힌다고.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그냥 고개만 끄덕였어. 사장님도 더 말씀은 안 하셨고.
그 짧은 말이 좀 오래 남더라. 하루 종일 다림질하시는 손이 안 잡힌다는 거잖아.
집에 와서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거든. 세탁소 사장님도 주식 하시더라고.
엄마가 그러더라. 그 사장님 그 가게를 이십 년 하셨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 하시니까 그게 유일한 바깥 소식일 수도 있다고.
그 말 듣고 좀 다르게 보였어. 다리미 앞에 하루 종일 서 계시는 분한테 그 화면은 창문 같은 거잖아.
돌부처 창문이 흔들리면 다 흔들려.
며칠 뒤에 교복 찾으러 갔어. 사장님이 다림질을 하고 계셨는데 이번엔 폰이 뒤집혀 있더라.
교복이 진짜 반듯하게 다려져 있었어. 주름 하나 없이.
사장님이 교복 건네주시면서 그러셨어. 이번엔 다림질만 했다고. 그래서 잘 나왔다고.
나는 그게 좀 좋았어. 폰을 뒤집은 그 며칠이 사장님한테 쉬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나는 사장님이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다리미 세워두고 김만 올라오게 두는 그 마음은 알 것 같거든. 너도 단골 가게 가면 한 마디 건네봐. 그게 사장님 하루를 조금 바꿀 수도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