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써놓고 안 보낸 메시지가 몇 개 있습니다. 어떤 건 꽤 길게 썼네요.
보내기만 누르면 되는데 그걸 안 눌렀어요.
남아 있는 걸 보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거의 다 밤에 쓴 것들입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보면 안 보내게 돼요. 밤에는 다 할 말 같았던 게 아침에는 좀 과해 보이는걸요.
밤에 쓴 문장은 밤의 것이다. 아침에 다시 읽으면 낯선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인다.
이상한 건 안 보내도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는 겁니다.
쓰는 동안 정리가 되는 거지요. 하고 싶은 말이 문장이 되고 나면 그걸 꼭 보내야 할 이유가 줄어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쓰는 게 목적이었던 셈이군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에요.
고맙다고 쓴 것이나 미안하다고 쓴 것들은 보냈어야 했습니다. 그건 상대에게 도착해야 뜻이 있는 문장인걸요. 안 보내서 저만 정리된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쓴 다음에 한 번 봅니다.
이건 내가 정리하려고 쓴 건가, 저 사람한테 닿아야 하는 건가 하고요. 앞엣것이면 안 보내고 뒤엣것이면 아침에 짧게 줄여서 보냅니다. 밤에 쓴 그대로는 잘 안 보내고요.
안 보내기로 한 것들도 지우지는 않아요.
한 폴더에 모아둡니다. 몇 달 뒤에 열어보면 그때 제가 어땠는지가 그대로 있더라고요. 일기를 안 쓰는 대신 이게 남아 있는 셈입니다.
폴더에 있던 것 중에 하나를 나중에 보낸 적이 있어요.
그때 쓴 그대로는 아니고 두 줄로 줄여서요. 몇 달이 지났는데도 상대는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더라고요. 늦게 보내도 닿는 게 있는 겁니다.
그 뒤로는 안 보낸 걸 실패로 두지 않게 됐네요. 아직 안 보낸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내지 않았다고 그 문장이 없던 게 되지는 않겠지요.
어딘가에는 쓰인 거고 그걸 쓰는 동안 뭔가는 지나간 겁니다. 오늘 다 써놓고 안 누르셨다면, 그건 못 한 게 아니라 이미 한 쪽에 가까운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