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지내던 사람한테 존댓말이 나왔네요. 저도 모르게요.
싸운 적도 없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느 날부터 말이 한 겹 더 생겼습니다.
말투 말고도 티가 나는 게 있어요.
메시지 끝에 안 붙이던 물음표를 다시 붙이고 있네요. 부드럽게 보이려고 하는 겁니다. 편할 때는 그런 걸 안 붙였는데요.
조심스러움은 거리의 다른 이름이다. 가까울수록 우리는 덜 다듬는다.
돌아봐도 시작점이 안 잡히는걸요.
한 번의 사건이 있었으면 오히려 쉬웠겠지요. 그런데 그런 게 없어요. 조금씩 뜸해졌고 조금씩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존댓말이 나온 겁니다.
그 사이에 서로 바쁜 시기가 있었어요.
연락이 뜸해지고, 뜸해진 상태로 몇 달이 가고요. 그러면 다시 연락할 때 한 번 재게 됩니다. 재고 나서 하는 말은 이미 덜 편한 말이 되고요.
한 번은 일부러 편하게 말해봤어요.
그런데 그게 더 어색한걸요. 지금 상태에 안 맞는 말투를 억지로 꺼내니까 둘 다 알아채는 겁니다. 되돌리려는 게 티가 나면 오히려 거리가 더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지금 말투로 만납니다.
존댓말이면 존댓말로요. 대신 만나는 횟수를 조금 늘렸습니다. 말투는 시간이 알아서 풀 것 같아서요. 실제로 두어 번 보니까 조금씩 편해지더라고요.
한 가지 더 생각한 게 있어요.
제가 조심스러워진 만큼 그쪽도 그럴 수 있겠지요. 서로 상대가 멀어졌다고 읽고 각자 한 겹씩 더 두르는 겁니다. 그러면 아무도 잘못한 게 없는데 거리만 두 겹이 되네요.
그래서 저는 먼저 한 겹을 벗어보려고 합니다. 천천히요.
거리가 생겼다고 사이가 끝난 건 아니겠지요.
멀어진 걸 알아챘다는 건 아직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고요. 오늘 편하던 사람한테 존댓말이 나오셨다면, 그걸 급하게 고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