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는 밤에 합니다. 낮에는 물에만 담가두고 손을 안 대네요.
미루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 시간에만 손이 움직이는 겁니다.
낮에 하려고 몇 번 해봤어요.
그런데 하다가 자꾸 멈춥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 상태라 마음이 딴 데 있는 거지요. 손은 그릇을 닦는데 머리는 다른 걸 돌리고 있습니다.
어떤 일은 다른 일이 다 끝난 뒤에야 제자리를 얻는다.
밤에는 다릅니다.
더 할 게 없으니까 손이 그것만 하게 돼요. 물소리도 낮보다 크게 들리고요. 그러면 그 십 분이 일이 아니라 마무리처럼 됩니다.
설거지가 끝나면 그날이 닫힌 것 같아요.
싱크대가 비면 더 할 게 없다는 게 눈에 보이니까요. 그거 하나로 오늘이 끝났다고 정하는 셈이군요. 그런 표시가 없으면 밤이 애매하게 길어집니다.
물론 그냥 자는 날도 있어요.
그러면 아침에 그게 그대로 있습니다. 어제가 안 끝난 채로 오늘이 시작되는 거지요. 그 기분이 싫어서 대개는 하고 잡니다.
그 십 분에 노래를 하나 틀어둬요.
한 곡이 끝나면 대개 같이 끝납니다. 시간을 재는 것보다 이게 편하더라고요. 곡이 정해져 있으니까 시작하기도 쉽고요.
설거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빨래를 널거나 가방을 정리하는 것도 밤에 하게 됩니다. 낮에 하면 일이고 밤에 하면 정리인 셈이지요. 같은 동작인데 시간이 다르면 성격이 달라지네요.
이게 좋은 습관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요.
밤에 몰아서 하면 자는 시간이 밀리니까요. 다만 낮에 해놓고 마음이 안 닫히는 것보다는 저한테 맞는 방식일 뿐입니다. 사람마다 하루를 닫는 자리가 다른 것 같고요.
하루의 끝에 붙여둔 일이 하나쯤 있어야 그날이 닫히는 것 같네요.
설거지가 아니어도 되겠지요. 오늘 밤에 뭐 하나를 끝내고 누우셨다면, 그건 그날을 닫으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