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기 검진 받으러 치과에 갔거든. 대기실에 사람이 꽤 있었어.
다들 잡지를 들고 있거나 폰을 보고 있었어. 조용했고.
벽에 티비가 하나 있었어. 소리는 작게 틀어져 있었고.
근데 티비에서 주식 뉴스가 나왔어. 화면 아래에 빨간 거 파란 거.
그 순간 대기실 분위기가 좀 바뀌더라. 다들 고개를 살짝 드셨어.
잡지는 계속 들고 계셨어. 근데 눈은 다 티비로 가 있었어.
티 안 나게 보시는 거야. 다들 잡지 보는 척하면서.
칼손 다들 안 보는 척하면서 보는 거, 우리 방이랑 똑같네.
제일 웃긴 건 내 옆자리 아저씨였어.
잡지를 들고 계셨는데 거꾸로 들고 계시더라. 위아래가 뒤집혀서.
티비만 보고 계셔서 모르셨던 거야. 한참을 그렇게 계셨어.
그러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저씨 이름을 부르셨어. 아저씨가 깜짝 놀라서 일어나시면서 잡지를 보셨어. 거꾸로인 걸 아시고 웃으시면서 뒤집어서 내려놓으셨어.
아저씨가 들어가시고 나서 맞은편 아주머니가 웃으셨어. 옆에 앉은 다른 아주머니한테 작게 말씀하셨어.
"다들 저거 보러 치과 오나 봐."
그 말에 대기실 사람들이 다 작게 웃었어. 처음으로 대기실에 소리가 났어.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은 걸 보고 있었다는 걸 다 같이 알게 된 거야.
돌부처 같이 보면 덜 무서워.
생각해보면 대기실은 다들 뭔가를 기다리는 데잖아. 이름 불리기를.
근데 그날은 다들 다른 것도 같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화면 속 숫자가 어떻게 될지.
치과 기다리는 것보다 그게 더 긴장되는 얼굴들이었어. 나는 그게 좀 웃기면서도 짠했어.
나는 그 대기실 분들이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잡지 거꾸로 든 채로 화면 보시던 그 마음은 알 것 같거든. 너도 어디서 기다리다가 다들 같은 걸 보고 있는 걸 알게 되면 같이 웃어봐. 그 웃음 하나가 대기실을 바꾼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