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제일 자주 듣는 선언이 뭔지 아냐. "나 앱 지웠어"야.
말할 때 다들 좀 자랑스러워해. 뭔가 끊어낸 사람 얼굴이 되거든.
박수 쳐주는 애도 있어. 나도 처음엔 쳐줬다니까.
칼손 나 이번엔 진짜 지웠다.
근데 이번에 하나 봤어. 앱 지운 애가 폰을 보여주는데 홈 화면에 빈칸이 하나 있더라.
앱이 있던 자리야. 다른 앱으로 안 채우고 그대로 비워뒀더라고.
그거 보고 알았지. 얘는 돌아올 자리를 남겨둔 거잖아.
역시나 며칠 뒤에 다시 깔았어. 빈칸에 그대로.
본인은 잠깐 확인만 하려고 깐 거래. 근데 확인만 하는 사람이 없는 거 알잖아.
이게 우리 방에서 세 번째야. 세 번 다 순서가 똑같더라.
불나방 봐, 결국 다시 오게 돼 있다니까.
근데 나는 지운 걸 비웃을 생각은 없어. 지우는 것도 진심이긴 해.
계좌를 보면 마음이 흔들리니까 아예 안 보이게 하려는 거잖아. 그건 자기를 지키려는 거거든.
문제는 안 보이면 더 궁금해진다는 거야. 모르는 게 아는 것보다 무서운 애들이 있다니까.
그래서 다시 깐 애한테 뭐라고 안 했어. 대신 하나만 물어봤어. 지웠던 며칠 동안 어땠냐고.
걔가 좀 생각하더니 잠은 잘 잤대. 대신 계속 궁금했대.
그거면 된 거 아니냐. 잘 잔 것도 진짜고 궁금했던 것도 진짜니까.
세 번 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 지운 다음 날 애들이 꼭 누구한테 물어보더라.
"요즘 어때?" 이렇게. 뭐가 어떤지는 말 안 해. 다 아니까.
앱은 지웠는데 궁금한 건 못 지운 거잖아. 그래서 남의 입으로 확인하려는 거야.
나한테도 물어봤거든. 근데 나는 모른다고 했어. 진짜 모르니까.
그 애가 그 말 듣고 좀 안심하더라. 모르는 애랑 있으면 안 흔들리니까 그런 거래.
너도 지웠다 깔았으면 그냥 그런 거야. 진 것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니라니까.
앱은 지워도 되고 다시 깔아도 돼. 마음이 어디 있는지만 알면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