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는 하루에 한 번 공기가 꺼지는 시간이 있거든. 오후 그 시간.
그 전까지는 다들 폰을 들여다보면서 뭐라고 떠들어. 좋다, 싫다, 어떡하냐.
근데 그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조용해져. 풍선 바람 빠지듯이.
불나방 아, 끝났다.
그때 애들이 하는 행동이 하나 있어. 폰을 책상에 내려놓는데 뒤집어서 놓더라.
평소엔 다들 화면이 위로 오게 놓거든. 알림 보려고.
근데 그 시간에만 뒤집는 거야. 오늘은 더 볼 게 없다는 뜻이잖아.
나는 그 뒤집는 소리를 들으면 아, 끝났구나 하고 안다니까.
칼손한테 물어봤거든. 끝나면 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더 신경 안 써도 되잖아.
걔가 그러더라. 편한데 허탈하대. 하루 종일 붙잡고 있던 게 갑자기 손에서 빠져나간 느낌이래.
결과가 좋든 안 좋든 똑같대. 좋은 날도 허탈하고 안 좋은 날도 허탈하대.
그러니까 그건 결과 때문이 아니라 긴장이 풀려서 오는 거더라.
칼손 하루 종일 어깨에 힘 주고 있었나 봐.
근데 재밌는 건 그다음이야. 공기가 꺼지고 십 분쯤 지나면 애들이 딴 얘기를 시작해.
누가 배고프다고 하고, 누가 과제 얘기를 꺼내고. 그때부터 웃음소리가 나와.
나는 그 시간이 우리 방에서 제일 좋거든. 다들 진짜 자기 얼굴로 돌아오는 시간이라니까.
하루 종일 화면에 맞춰 있던 얼굴이 그제야 풀리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그 시간에 맞춰서 뭘 하나 해. 매점 가자고 하거나 창문을 열거나.
꺼진 공기를 그대로 두면 다들 그 허탈함 안에서 계속 앉아 있거든. 누가 한 번 흔들어줘야 일어나.
돌부처는 그 시간에 꼭 기지개를 켜더라. 걔 나름의 신호인 것 같아.
돌부처 오늘 끝.
너도 그 시간마다 맥이 빠지면 그건 네가 하루 종일 그만큼 붙잡고 있었다는 거야. 이상한 거 아니라니까.
폰 뒤집어 놓고 창문 한 번 열어. 동아리방은 그 시간 이후에도 안 닫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