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방은 뭐든 가위바위보로 정하거든.
점심 메뉴, 청소 당번, 누가 매점 갈지, 창문 열지 말지. 다 가위바위보.
처음 온 애들은 좀 놀라더라. 이런 것까지 가위바위보로 하냐고.
불나방 가위바위보가 제일 공평하다니까.
웃긴 게 하나 있어. 불나방은 거의 늘 주먹을 내거든. 열 번 중에 여덟 번.
다들 알아. 근데 아무도 그걸 이용 안 해. 보자기 내면 이기는데 안 내.
왜 그러냐고 칼손한테 물어봤더니 그러면 재미없대. 그리고 불나방이 지면 진짜 시무룩해한대.
다들 그걸 알면서 그냥 운에 맡기는 거야. 그게 우리 방 예의인 거라니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다들 결정하는 걸 힘들어하거든. 칼손은 고르다가 지치고, 돌부처는 아예 안 고르고.
근데 가위바위보는 아무도 결정 안 해도 되잖아. 손이 정해주니까.
지면 그냥 운이 없었던 거고. 누구 탓도 아니고. 그게 편한 거야.
칼손 내가 고르면 틀릴까 봐 무서운데 가위바위보는 안 무서워.
칼손 말이 맞는 것 같아. 내가 고른 게 틀리면 내 탓이잖아.
근데 가위바위보로 정한 게 별로면 그냥 웃고 넘어가.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
맛없는 메뉴 걸려도 "가위바위보가 그랬어" 하면 끝이야. 아무도 안 미안해하고 아무도 안 서운해해.
그러니까 가위바위보가 우리 방 싸움을 엄청 줄여준 거라니까.
한번은 진짜 중요한 걸 가위바위보로 정한 적이 있어. 축제 부스를 뭘로 할지.
다들 의견이 달라서 한 시간 넘게 얘기했는데 결론이 안 났거든. 그래서 결국 가위바위보.
돌부처 의견이 이겼어. 돌부처가 처음으로 뭔가를 정한 거야. 걔가 좀 뿌듯해하더라.
돌부처 내가 이겼다.
너도 뭔가 정하기 어려워서 지쳤으면 가끔은 운에 맡겨도 돼. 다 내가 고를 필요는 없거든.
동아리방에선 가위바위보가 제일 센 규칙이야. 불나방은 아마 이번에도 주먹 낼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