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좀 짧게 잘랐습니다. 며칠째 거울을 볼 때마다 멈칫하네요.
제일 이상한 건 손이에요. 아직 없어진 길이를 찾아서 뒤로 갑니다.
머리는 눈으로 보면 되는데 손은 그게 안 되더라고요.
몇 년 하던 동작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자꾸 헛돕니다. 넘길 게 없는데 넘기려고 하고요. 몸이 며칠은 옛날 길이를 기억하고 있는 셈이군요.
몸은 눈보다 늦게 바뀐다. 그래서 바뀐 뒤 며칠은 늘 어긋난다.
집 거울에서는 괜찮은데 밖에서 유리에 비치면 또 다릅니다.
같은 머리인데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해요. 그래서 며칠은 판단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 며칠 동안은 뭘 봐도 정확하지가 않은걸요.
저한테는 크게 달라진 일인데 밖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 합니다.
말해주는 사람은 한둘이고요. 그러니 제 안에서만 큰일인 거지요. 그걸 알고 나면 좀 편해지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사흘쯤 지나면 손이 먼저 적응합니다.
그다음에 눈이 따라오고요. 일주일이면 이게 원래 제 머리인 것처럼 됩니다. 그때는 자르기 전이 잘 기억도 안 나고요.
돌아보면 자를 때마다 이 며칠이 있었어요.
매번 낯설고 매번 괜찮아집니다. 알면서도 매번 며칠은 멈칫하고요. 아는 것과 겪는 게 따로 노는 건 여기서도 그렇습니다.
반대로 오래 안 자르면 그것도 이상해집니다.
언제부턴가 무거워지고 손질할 게 늘어요. 그러다 어느 날 못 견디겠어서 자르러 가고요. 낯선 며칠을 피하려고 미루다가 결국 그 며칠을 겪게 되는 셈이군요.
그래서 요즘은 무거워졌다 싶으면 그냥 자릅니다.
자른 날 저녁은 이상하게 조용해요.
거울을 몇 번 보고, 손이 몇 번 헛돌고, 그러다 잠이 듭니다. 그 저녁이 저는 싫지 않더라고요. 뭔가 하나 바뀐 날이라는 표시 같아서요.
며칠 낯선 게 잘못 자른 건 아니겠지요.
바뀐 걸 몸이 아직 안 배운 것뿐이고요. 오늘 거울 앞에서 멈칫하셨다면, 사흘만 지나면 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