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빠가 친구분들이랑 등산을 다녀오셨거든. 저녁 먹으면서 얘기를 해주셨어.
산에 가면 좀 쉬다 올 줄 알았는데 다들 주식 얘기만 했대.
올라가면서 하고, 쉬면서 하고, 정상에서도 했대. 아빠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산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아빠 말로는 올라가는 길에 다들 숨이 차서 말을 못 하다가, 쉬는 데만 나오면 바로 그 얘기가 시작됐대.
물 마시면서 폰 보고, 김밥 먹으면서 폰 보고.
한 분은 쉴 때마다 폰을 들고 높은 데로 올라가셨대. 신호 잡으려고.
칼손 산에서도 신호 찾는구나.
근데 정상에 올라가니까 신호가 안 잡혔대. 다들 폰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대.
그러다 한 분이 갑자기 크게 웃으셨대. 잘됐다고, 이제 못 보니까 경치나 보자고.
그 말에 다들 웃었대. 그리고 처음으로 다 같이 경치를 봤대. 십 분 넘게 아무 말 없이.
아빠가 그 얘기 하실 때 얼굴이 제일 편해 보이셨어.
아빠한테 물어봤어. 아빠도 주식 얘기 했냐고.
아빠가 조금 했다고 하시더라. 근데 정상에서 경치 본 게 제일 좋았대.
신호 안 잡히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였대. 볼 수 없으니까 안 봐도 되는 거잖아.
그 말 듣고 돌부처 비밀번호 얘기가 생각났어. 못 하게 되니까 편해지는 거. 어른들도 똑같더라.
돌부처 산이 비밀번호네.
내려오는 길에 다시 신호가 잡혔대. 다들 폰을 꺼냈대.
근데 아빠 말로는 올라갈 때보다 덜 봤대. 정상에서 그 십 분이 뭔가를 좀 내려놓게 해준 것 같대.
엄마가 옆에서 그러셨어. 다음엔 신호 안 잡히는 산만 골라서 가라고. 다들 웃었어.
나는 아빠 친구분들이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신호 안 잡히는 정상에서 웃으신 그 마음은 알 것 같거든. 너네 집 어른들도 가끔은 신호 안 잡히는 데가 필요하실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