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옛날 얘기를 처음 꺼내시더라. 잘된 얘기가 아니라 잘 안 된 얘기였어.
한참 전에 크게 물렸던 얘기였다니까. 나는 그 얘기를 그날 처음 들었어.
얘기하는 동안 아빠가 나를 한 번도 안 보시더라. 계속 티비 쪽만 보고 계셨어.
티비는 꺼져 있었거든. 그러니까 볼 게 없는데도 그쪽만 보신 거다.
그게 좀 오래 기억에 남았다니까. 말하기 어려운 얘기를 하고 계셨던 거잖아.
칼손 어른들은 그런 얘기 잘 안 하는데요.
칼손 말이 맞거든. 어른들이 우리한테 하는 얘기는 대부분 잘된 얘기야.
아니면 하지 말라는 얘기고. 자기가 어떻게 안 됐는지를 말해주는 어른은 거의 없다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실패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배울 데가 없는 거잖아.
나중에 생각하니까 알 것 같더라. 내가 동아리를 하니까 꺼내신 거다.
하지 말라고 하면 내가 안 들을 걸 아셨을 거고, 잘된 얘기를 하면 그건 도움이 안 되는 거잖아.
그래서 제일 말하기 싫은 걸 꺼내신 거라니까. 그게 제일 쓸모 있는 거니까.
돌부처 그거 진짜 어려운 건데.
다음 날 방에서 이 얘기를 했거든. 애들이 조용해지더라.
집에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애가 하나도 없었어. 다들 잘된 얘기나 하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는 거다.
그날 방에서 제일 많이 나온 말이 부럽다는 말이었다니까. 실패 얘기를 들은 게 부럽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아빠 얘기도 반은 못 알아들었거든. 옛날 말이 많았어.
근데 그날 이후로 내가 방에서 하는 게 좀 달라졌다니까. 나도 내가 틀린 걸 먼저 말하게 되더라.
자기 실패를 꺼내주는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그 방이 달라지는 거잖아. 우리 방에서는 내가 그거 할 거라니까.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