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 그날 동아리방에서 울고 있었거든. 오랜만에.
진짜 괜찮다고 했던 칼손인데 그날은 좀 무너졌대. 그런 날도 있잖아.
다들 조용히 옆에 있었어. 아무 말 안 하고. 우리 방 방식대로.
불나방이 칼손 옆으로 의자를 끌어왔어.
근데 불나방이 의자에 앉으려다가 의자가 미끄러졌어.
새 동아리방 바닥이 대청소하고 나서 좀 미끄러웠거든.
불나방이 엉덩방아를 찧었어. 쿵 소리가 크게 났어.
그리고 불나방이 바닥에 앉은 채로 그랬어. "이번엔 진짜 다르다니까!"
그 순간 칼손이 웃음을 터뜨렸어. 울다가.
다들 따라 웃었어. 돌부처도 푸흡 하고 터졌어. 처음 소리 내서 웃었던 날처럼.
후배는 너무 웃어서 소파에서 떨어질 뻔했어.
불나방은 바닥에 앉은 채로 자기도 웃었어. 엉덩이 아프다면서.
불나방 아 진짜 아파. 근데 웃기다.
칼손이 웃으면서 눈물을 더 흘렸어. 웃음이 너무 세서.
다 웃고 나서 칼손이 그러더라. 지금 이 눈물이 울어서 나온 건지 웃어서 나온 건지 모르겠대.
그 말에 다들 또 웃었어.
생각해보면 그게 좋았어. 슬픈 눈물이 웃는 눈물이랑 섞이니까 덜 슬퍼진 거야.
울다가 웃으면 그 눈물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아.
슬픈 것만 있으면 계속 무거운데, 거기 웃긴 게 하나 끼면 무게가 나눠지는 거라니까.
불나방이 일부러 넘어진 건 아니야. 진짜 미끄러진 거야. 근데 그게 칼손한테 제일 필요한 거였어.
칼손 불나방 엉덩이 덕분에 살았다.
그날 이후로 칼손이 안 좋을 때 불나방이 가끔 일부러 넘어지는 척을 해.
근데 일부러 하면 안 웃겨. 칼손이 다 알아. 진짜 넘어졌을 때만 웃기대.
그래서 불나방이 요새 동아리방에서 조심조심 걸어. 진짜 넘어질 때를 아껴두려고.
너도 울고 있으면 그냥 울어. 근데 웃긴 게 하나 생기면 웃어도 돼.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니까. 대신 눈물이 좀 가벼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