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동생 학교 녹색어머니 봉사를 하시는 날이었거든. 나도 일찍 일어나서 따라 나갔어.
횡단보도에 엄마 셋이 서 계셨어. 노란 조끼 입고 깃발 들고.
아이들이 건널 때마다 깃발을 드시고, 다 건너면 내리시고. 그걸 계속 반복하셨어.
근데 신호가 빨간불일 때 엄마들이 얘기를 하시더라. 짧게.
처음엔 아이들 학원 얘기였어. 그러다 한 엄마가 그러셨어. 요새 주식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그 말에 다른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이셨어. 그리고 신호가 바뀌었어.
칼손 신호 때문에 말이 끊겼네.
신기한 게 있었어.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면 엄마들이 말을 딱 끊으셨어. 문장 중간이어도.
깃발을 들고 아이들을 건너게 하셨어. 웃으면서 "천천히 건너" 하시고.
그리고 다시 빨간불이 되면 끊긴 문장을 그대로 이어서 말씀하셨어.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됐어. 말하다 끊기고, 아이들 지키고, 다시 이어지고.
우리 엄마도 그 얘기에 조금 끼셨어. 우리 집도 아빠가 좀 신경 쓰신다고.
나는 처음 들었어. 엄마가 밖에서 그런 얘기 하시는 거.
근데 그 얘기 하시다가도 신호 바뀌면 바로 깃발 드시고 웃으셨어. 아이들 앞에서는 걱정을 하나도 안 보이셨어.
불나방 너네 엄마 대단하시다.
생각해보면 그 엄마들은 아이들을 지키러 나오신 거잖아.
근데 그 지키는 사람들도 각자 걱정을 들고 계셨던 거야. 잠 못 자는 걱정.
그래도 초록불 앞에서는 그 걱정을 내려놓고 웃으셨어. 그게 좀 뭉클하더라. 지키는 일이 그분들 걱정도 잠깐 쉬게 해주는 것 같았어.
돌부처 깃발 들 때는 걱정 못 하니까.
봉사 끝나고 엄마들이 서로 조끼를 벗겨주시면서 그러셨어. 다음 주에 또 보자고. 그때까지 잘 자자고.
우리 엄마가 집에 오는 길에 그러셨어. 저 엄마들이랑 얘기하면 좀 편하다고. 다들 같은 걸 겪으니까.
나는 그날 엄마 조끼를 대신 들고 왔어. 엄마 손이 좀 가벼워지셨으면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