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수업에서 처음 빚은 그릇이 가마에서 나왔어요. 몇 주 동안 기다린 날이었지요.
받아 들고 보니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어요. 탁자에 놓으면 살짝 흔들리더라고요. 두께도 들쭉날쭉했고요. 솔직히 조금 실망했어요.
이 수업을 신청하기까지 오래 망설였어요.
손재주가 없다, 금방 그만둘 것 같다, 안 될 이유를 일곱 줄이나 적어두고 일주일을 버텼지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흙을 만지는 시간이 좋았어요. 비 오는 날 축축한 흙 냄새가 특히 좋았네요.
실망한 얼굴을 보셨는지 선생님이 다가오셨어요.
그리고 그릇을 들어 보시며 말씀하셨지요. 이건 손이 기억하는 그릇이에요, 버리지 마세요. 처음 만든 건 다시는 이렇게 못 만든대요. 손이 익숙해지면 이런 기울기가 안 나온다고요. 그 말에 그릇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서툰 첫 작품에는, 처음 해본 사람의 떨림이 다시는 오지 않을 모양으로 남는다.
그릇을 다시 들여다봤어요.
기울어진 쪽은 제가 물레를 돌리다 손에 힘이 들어갔던 자리였어요. 두꺼운 쪽은 겁이 나서 흙을 덜 밀어낸 데였고요. 그릇에 제 긴장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던 거군요. 그걸 알고 나니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쇼펜하우어는 바꿀 수 없는 걸 받아들이면 조금 가벼워진다고 했대요.
가마에서 나온 그릇은 이제 고칠 수 없지요. 그렇다면 이 모양 그대로 아끼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마음먹으니 실망이 금방 옅어지더라고요.
집에 가져와 창가에 올려뒀어요.
흔들려서 물을 담기엔 조금 불안하고, 대신 마른 낙엽 몇 장을 담아뒀지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으면 그 기울어진 그릇이 눈에 들어와요. 볼 때마다 첫 수업의 떨림이 생각나는걸요.
삐뚤어진 그릇에는 처음 해본 사람의 떨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서툰 결과물도 오늘은 창가에 올려두고 아껴줘도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