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 단골 분식집에 떡볶이 맵기 단계가 있거든. 순한 맛부터 제일 매운 맛까지.
평소엔 다들 중간 맛을 시켜. 근데 안 좋은 날은 꼭 제일 매운 맛을 시키더라.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다들 그래. 제일 매운 맛 주문이 들어가면 다들 아, 오늘 그런 날이구나 하고 알아.
불나방 제일 매운 걸로 주세요. 오늘은 그거야.
그날은 칼손이 제일 매운 맛을 시켰어. 한 입 먹더니 눈물이 났어.
칼손이 휴지로 눈을 닦으면서 그러더라. "매워서 우는 거야."
그리고 또 먹고, 또 눈물 나고. "매워서 우는 거야."
세 번 말했어. 다들 고개만 끄덕였어. 아무도 다른 거 안 물어봤어.
다들 알았거든. 칼손이 매워서만 우는 게 아니라는 거.
그날 아침부터 칼손 표정이 안 좋았어. 동아리방에서 말도 안 하고.
근데 매운 떡볶이를 핑계로 울 수 있었던 거야. 그냥 울면 이유를 말해야 하잖아. 근데 매워서 우는 건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제일 매운 맛은 울어도 되는 허락 같은 거라니까.
돌부처 나도 매워서 울어본 적 있어.
나중에 애들한테 물어봤어. 왜 안 좋은 날 매운 걸 찾냐고.
불나방은 매우면 딴생각이 안 난대. 입이 너무 아파서 머리 아픈 걸 잊는대.
돌부처는 땀이 나서 좋대. 뭔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래.
칼손은 아까 말한 거. 울어도 되니까.
다들 이유는 달랐는데 결국 같은 거였어. 안에 쌓인 걸 밖으로 빼고 싶은 거.
다 먹고 나서 불나방이 쿨피스를 시켰어. 네 개.
다들 벌컥벌컥 마셨어. 칼손 눈물도 멈췄어.
칼손이 그러더라. 매운 거 먹고 나니까 좀 시원하대. 입도 마음도.
나는 그게 좋았어. 울 핑계도 있었고 그다음에 마실 것도 있었잖아.
너도 안 좋은 날 매운 게 당기면 시켜. 그리고 울어도 돼. 매워서 우는 거라고 하면 아무도 안 물어볼 거야.
다 먹고 나면 쿨피스 꼭 시켜. 동아리방 애들은 제일 매운 맛 날엔 네 개 시킨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