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에서 수능이 한 달 남았다는 소식이 나왔어요. 수험생들이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였지요.
그날 밤 이모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올해 수험생인 사촌 동생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이모가 웃으며 물으셨어요.
찹쌀떡은 좀 이르지? 저는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이르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이모가 이미 떡집에 예약해뒀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르다면서 벌써 준비해두신 거예요. 그 말에 같이 웃었네요.
이모 말로는 사촌 동생이 요즘 많이 예민하대요.
말도 줄고 밥도 잘 안 먹는다고요. 이모는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해줄 게 없어서 답답하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떡이라도 미리 예약해뒀다고요. 그게 이모가 할 수 있는 응원이었던 거군요.
대신 시험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떡 한 상자로 마음을 먼저 보낸다.
이모 얘기를 듣다 보니 제 수능 날이 떠올랐어요.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셨지요. 시험장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손만 꼭 잡아주셨고요. 시험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손은 기억나요. 따뜻하고 조금 떨렸어요.
이모가 사촌 동생한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힘내라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을 거라고요. 저는 그냥 밥 잘 먹으라는 말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했지요. 시험 얘기 말고 다른 얘기요. 이모가 그러네, 하며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 같았어요.
전화를 끊고 사촌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시험 얘기는 하지 않았지요. 요즘 날씨 추워졌으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만요. 한참 뒤에 고마워 누나, 하고 짧은 답이 왔어요.
시험장에 같이 들어갈 수는 없지요.
그래도 미리 떡을 예약해두는 마음은 꼭 닿는 것 같아요. 오늘은 시험 앞둔 누군가에게 짧은 응원 한 줄 보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