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가 넘도록 잠이 안 왔어요. 누워 있다가 결국 일어나 슬리퍼를 끌고 나갔지요.
골목 끝 편의점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어두운 길에서 그 불빛이 꼭 등대 같았네요.
딱히 살 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어딘가 불이 켜진 곳에 가고 싶었지요. 방에 누워 천장만 보고 있으니 생각이 자꾸 커졌거든요. 밖에 나와 찬 공기를 맞으니 머리가 조금 식는 것 같았어요.
새벽 편의점은 낮과 달라요.
손님이 거의 없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웅웅거리지요. 진열대 사이를 천천히 걸었어요. 우유 하나를 집었다가 내려놓고, 과자 봉지를 들었다가 다시 놓았네요. 고르는 척하며 그냥 거기 있고 싶었던 거겠지요.
새벽에 켜진 불빛 하나는, 잠 못 드는 사람들이 잠깐 기댈 수 있는 자리다.
계산대 옆 창가 테이블에 야간 직원이 앉아 있었어요.
손님이 없는 틈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창밖을 보며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제가 다가가자 얼른 일어나 계산을 해줬어요. 컵라면 뚜껑이 조금 들려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지요. 이 사람도 이 밤을 버티고 있구나 싶었어요.
나오면서 생각했어요.
이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이 저만은 아니라는 거요. 편의점 직원도, 길 건너 불 켜진 창 몇 개도, 다들 각자의 이유로 깨어 있었지요. 혼자만 잠 못 드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결국 데워 먹는 우유 하나를 사서 나왔어요.
집에 와서 데워 마시니 몸이 조금 풀리더라고요. 창밖을 보니 편의점 불빛이 멀리 보였어요. 그 불빛을 보다가 어느새 잠들었네요.
잠 못 드는 밤은 길지요.
그래도 새벽에도 불이 켜진 곳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런 밤엔 이 창가 불빛도 하나 켜두고 있을게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