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파트 게시판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주민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일일 찻집을 연다고요.
수익금은 동네 독거 어르신 겨울 이불을 사는 데 쓴다고 적혀 있었지요. 이웃 아주머니가 같이 가자고 하셔서 따라갔네요.
주민센터 2층 강당이 찻집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접이식 탁자마다 작은 꽃병이 놓여 있었지요.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를 내리고 계셨어요. 메뉴판은 손글씨였고요. 대추차, 생강차, 유자차, 쌍화차. 값은 다 천 원이었네요.
저는 대추차를 주문했어요.
할머니 한 분이 잔을 가져다주셨지요. 잔을 내려놓으시며 웃으셨어요. 잣 세 개 띄웠어, 네 개는 욕심이야. 그 말에 같이 간 아주머니와 한참 웃었어요. 잔 위에 정말 잣 세 개가 동동 떠 있었네요.
서툰 손으로 내린 차 한 잔에도, 누군가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아버지 한 분은 쟁반을 나르시다 조금 흘리셨어요.
다른 할머니가 얼른 행주로 닦아주셨지요.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하시면서요. 다들 서툴렀지만 즐거워 보였어요. 손님보다 차를 내리시는 어르신들이 더 신나 보였네요.
같이 간 아주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저 할머니들 중 몇 분은 혼자 사신대요. 이런 행사가 있으면 몇 주 전부터 준비하신다고요. 누군가에게 차를 대접하는 날을 기다리시는 거래요. 그 얘기를 듣고 대추차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나오면서 모금함에 조금 더 넣었어요.
차값은 천 원이었지만요. 그 돈이 누군가의 겨울 이불이 된다고 하니 마음이 좋았지요. 할머니가 문 앞까지 나와 또 오라고 하셨어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추위를 내 일처럼 여기는 마음이 사람의 가장 귀한 부분이라고 했대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다른 혼자 사시는 분들의 겨울을 걱정하며 차를 내리시는 그 자리가 딱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서툰 손으로 내린 차 한 잔에도 누군가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지요.
동네에 그런 자리가 열리면 한 잔 마시러 들러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