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학교에 갔거든. 사물함에 두고 온 교과서 가지러.
학교가 텅 비어 있었어. 운동장에 몇 명만 있고.
나온 김에 동아리방에 들렀는데 문이 열려 있더라. 열쇠는 나랑 돌부처만 있는데.
들어가보니까 칼손이 있었어. 혼자.
칼손이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책상 위에 머그컵이 다섯 개 놓여 있었어.
선반에서 다 꺼내서 나란히 놓은 거야. 불나방 빨간 컵, 돌부처 회색 컵, 후배 노란 컵, 내 흰 컵, 칼손 고양이 컵.
칼손이 나를 보고 엄청 놀랐어. 들킨 얼굴이었어.
칼손 아, 부장. 어떻게 왔어?
칼손 옆에 앉아서 물어봤어. 일요일에 왜 혼자 왔냐고.
칼손이 좀 망설이다가 말해줬어. 주말엔 집에 혼자 있는 게 힘들대.
부모님 다 일하러 가시고 동생은 친구 만나러 가고. 혼자 있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진대.
그래서 경비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동아리방에 왔대. 여기 오면 좀 덜 혼자 같대.
머그컵은 왜 다 꺼냈냐고 물어봤어.
칼손이 쑥스러워하면서 그러더라. 다들 있는 것 같아서.
컵 다섯 개를 나란히 놓으면 다들 앉아 있는 것 같대. 아무도 없는데.
그 말 듣고 좀 울컥했어. 칼손은 아무도 없는 방에서 우리랑 같이 있고 싶었던 거야.
생각해보면 동아리방은 아무도 없어도 우리 냄새가 나잖아. 담요, 귤 껍질, 선인장.
칼손은 그 냄새랑 컵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서 덜 외로웠던 거라니까.
아무도 없는 방에 앉아 있는 것도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방법이었던 거야.
그날 나도 그냥 칼손 옆에 있었어. 교과서는 나중에 가져가기로 하고.
단톡방에 올렸어. 지금 동아리방에 칼손이랑 있다고.
한 시간 뒤에 불나방이 왔어. 그다음에 돌부처. 후배는 못 왔는데 사진 보내달래.
일요일 동아리방에 넷이 앉았어. 컵 다섯 개 놓고. 후배 컵에는 귤 하나 넣어두고.
돌부처 일요일도 괜찮네.
너도 주말에 혼자 있는 게 힘들면 너한테 덜 혼자 같은 장소를 하나 찾아봐. 아무도 없어도 돼.
그리고 거기 있다고 친구한테 한 줄 보내봐. 누가 올 수도 있다니까.